구글 우울증 자가 검사 서비스는 "위험한 상술"(?)

입력 2017-09-15 07:00  

구글 우울증 자가 검사 서비스는 "위험한 상술"(?)

국제 의학학술지에서 "문제" vs "유용" 찬반 논란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구글이 최근 온라인에서 간이 우울증 진단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둘러싸고 의학계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기반 웹페이지에서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는 구글에서 '우울증' 등의 단어를 넣으면 맨 위에 나타나는 자가 검사 도구인 'PHQ-9'가 뜨고, 여기에 나오는 9개 질문에 답하면 이를 점수화해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다.

구글은 미국의 비영리 정신질환자 지원단체 전미정신질환연합(NAMI)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이 서비스를 우울증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고, 정확한 정보를 얻고, 치료받을 기회를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 서비스가 오판, 과잉 진단 및 처방 촉진,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를 이용한 광고에 활용될 위험 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계에서 논란이 일자 세계적 의학학술지인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은 논쟁적 사안에 대한 찬반 양측의 토론을 방송하고 주장을 간이 논문 형식으로 소개하는 '얼굴을 맞대고'(Head to Head) 코너에서 13일(현지시간) 다뤘다.






토론에서 NAMI의 의학국장인 켄 덕워스 하버드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혈압과 혈당을 집에서 잴 수 있듯이 정신건강 상태도 직접적으로,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얻을 이익이 많다"고 밝혔다.

덕워스 교수는 'PHQ-9'가 자가검사법으로서 오랫동안 효용이 입증됐으며, 이를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구글 측이 검사 결과는 의학적 최종진단이 아니며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의하라고 강조,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이먼 길바디 뉴욕대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PHQ-9'의 문항 수가 적은 데다 설문 결과는 일시적인 심리적 문제를 치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오해하거나 다른 정신장애들과 오인할 수 있게 한다고 비판했다.

길바디 교수는 이런 사전 설문검사는 온라인이 아닌 "정확한 진단, 효과적 치료, 적절한 후속 조치 등이 보장되는 적절한 환경에서만" 해야 하는데다 그 결과 조차 진단에 참고하는 자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오판과 오진 등 부작용이 우려되며 "가뜩이나 심각한 우울증 진단과 치료제 처방의 과잉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중심 보건단체 IHA의 데이빗 길버트 소장은 원래 'PHQ-9'는 화이자의 지원을 받은 학자들이 개발하고 화이자가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이자는 항우울제 시장의 강자다. 또 NAMI의 재정 가운데 많은 부분이 업계의 후원금이라고 덧붙였다.

길버트 소장 등은 기존에도 인터넷 등을 통해 각종 자가 진단 설문이 결국 과잉 진단과 처방 등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구글이 사람들을 거대 제약회사들을 위한 길로 가도록 재촉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악용 가능성과 관련, 덕워스 교수는 이 검사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보존하지 않고 마케팅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구글의 약속을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길바디 교수는 이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 "역사적으로 업계가 후원하는 온라인 질환 인식 캠페인의 출현 이후 약품 광고와 환자 정보 활용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꼬집었다.

BMJ 홈페이지의 '얼굴을 맞대고'(Head to Head) 코너에서 이 토론 내용을 오디오로도 들을 수 있다.[http://www.bmj.com/content/358/bmj.j4144]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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