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절대 중국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나라를 바꿔야지 우리 국적을 바꿔서는 안 됩니다."
반정부 성향의 차오무(喬木) 베이징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부교수가 2015년 여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차오무(47) 부교수는 지난 8일 아침 가족과 함께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행 에어차이나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14일 가디언에 따르면 차오무 부교수는 공항에서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이제 조국을 떠납니다. 많이 그리워할 것입니다. 안녕"이라는 글을 올렸다.
시사평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차오무 부교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5년여간 중국 국내에서 반정부 성향의 목소리를 내왔다.
중국 주재 외신 특파원과 외교관들은 시진핑 체제 하에서 중국 학자들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차오무 부교수는 서양 언론사 특파원들과 정기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등 중국 당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아 보였다.
심지어 그는 언론 검열이나 소수민족 봉기, 엘리트 정치학은 물론 시진핑 주석을 빗댄 마오쩌둥(毛澤東) 스타일의 개인 우상화 같은 민감한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올해 초 베이징 주재 AFP 특파원과 인터뷰 할 때도 "나는 전형적인 중국인이다. 나는 조국을 사랑하며 중국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차오무 부교수는 위챗에서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간 이유를 묻자 "먹고 사느라 바쁘다"는 간단한 답변만 올린 채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그의 친구들은 다당제 민주화나 언론자유 등을 공개 지지해온 것에 대해 당국으로부터 처벌을 받은 이후 중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차오무 부교수는 지난 4월 "언론학 교수로서 언론자유를 반대해야 한다. 차이콥스키도 내 처지를 알면 슬픔에 겨워 교향곡을 연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린 뒤 교수직에서 사임했다.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스제펑(史杰鵬) 베이징사범대 부교수도 지난 7월 학교에서 쫓겨났다.
스제펑 부교수는 "차오무 같은 사람은 현재 체제에서 어떤 일자리도 찾을 수 없다"면서 중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차오무가 중국을 떠난 것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며 "왜냐하면 대학에서 교수직을 잃게 되면 자녀 교육비 면제 등의 혜택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차오무 부교수는 지난 2015년 인터뷰에서 "시진핑 집권 이전에는 온라인에 올린 글을 삭제하거나 최악의 경우 계정 폐쇄를 걱정했으나 지금은 사람들을 마구 잡아간다"고 비판한 적도 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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