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챔피언, 다음 주 제네시스 챔피언십 출전
"지금까지 최경주 프로와 같은 조 경기한 것은 제 기억에 딱 두 번"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양용은(45)은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선수다.
아직도 골프팬들의 뇌리에 생생한 2009년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당시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시 우즈는 메이저 대회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켰을 때 한 번의 어김도 없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으나 양용은에게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우즈는 그해 8월 양용은에게 메이저 우승컵을 내줬고 11월에는 여성 편력 등 각종 스캔들이 불거지며 다시 한 번 골프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골프 황제' 몰락의 시발점이 어떻게 보면 양용은의 역전승이었던 셈이다.
'호랑이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양용은이지만 그도 역시 2010년 10월 한국오픈 이후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다.
2014년을 끝으로 PGA 투어 출전 시드를 잃고 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도 2016년을 마지막으로 출전 자격이 만료되는 등 양용은에게 좀처럼 반등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8년 전 우즈를 잡았던 양용은 불굴의 의지와 '도전자 정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난해 11월 유럽프로골프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올해 유럽투어 시드를 지켜냈고, 오는 10월에는 일본프로골프 투어(JGTO)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내년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길 계획이다.
그는 올해 PGA 투어 월요 예선에도 몇 차례 출전하는 등 '메이저 챔피언'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도전자'의 자리로 돌아간 지 오래다.
21일 인천에서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양용은을 14일 수도권 한 연습장에서 만났다.
양용은은 "2009년 메이저 우승은 어차피 지난 일"이라며 "선수 입장에서는 출전 자격이 없고 초청도 받지 못하면 월요 예선이든 뭐든 가능성이 있는 (출전)기회를 살리려고 도전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존 댈리는 여기저기서 초청도 많이 해주던데…"라고 웃으며 "저는 그 정도 수준이 안되기 때문에 조건이 되는대로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용은의 올해 국내 대회 출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5월 매경오픈에서는 컷 탈락했고 6월 KPGA 선수권에서는 공동 20위에 올랐다.
KPGA 선수권 1라운드에서 9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올라 팬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상승세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중위권으로 밀렸다.
양용은은 "약 3주 전부터 헤드 프로로 있는 아일랜드 리조트 등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하며 "KPGA 선수권 첫날 좋은 성적을 내고도 마무리가 좋지 못해 아쉬웠다"고 석 달 전을 돌아봤다.
이번 제네시스 챔피언십에는 양용은과 최경주(47)가 함께 출전해 골프팬들의 기대를 더욱 모으고 있다.
두 선수가 국내 대회에 함께 출전한 것은 2009년 신한동해오픈 이후 이번이 8년 만이다.
양용은에게 '최경주 선수와는 한 조로 여러 번 쳐보지 않았느냐'고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같은 대회에 출전한 것은 미국에서 셀 수도 없이 많았겠지만 제 기억으로 같은 조에서 경기한 것은 두 대회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미국 진출 이전인 2000년대 초반 국내 대회에서 한 번, 그리고 2012년 US오픈에서 한 번이었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동반 플레이를 엄청나게 많이 했을 것 같지만 양용은 기억에는 두 번만 남아있을 정도로 최경주와 한 조로 경기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2012년 US오픈 이후 5년 만에 두 선수의 동반 플레이가 가능할까.
KPGA 코리안투어 관계자는 "대회 개막 이틀 전에 조 편성이 정해진다"며 "조 편성은 경기위원회 권한이지만 타이틀 스폰서나 미디어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양용은은 최근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드라이버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아이언 샷이나 퍼터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며 "특히 퍼트가 홀 앞에서 아른거리다가 말 때가 잦아서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유럽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올해 유럽을 주된 활동 무대로 삼았던 양용은은 2018시즌 JGTO 복귀를 노리고 있다.
그는 "유럽투어는 이동 거리가 많다 보니 장거리 비행 등이 힘들었다"며 "10월 말 일본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해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시즌 계획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까지 JGTO 통산 5승을 거둔 양용은은 "그때도 미국 진출하기 전에 일본에서 뛰었고, 지금은 만 50세 이상 시니어 투어로 가기 전에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일본 큐스쿨을 통과하면 일본을 주 무대로 삼고, PGA 투어와 한국 투어 대회에도 기회가 될 때 출전하는 식으로 시즌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용은은 원래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기보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큰 것 한 방씩을 터뜨리는 스타일이었다.
2006년 11월 유럽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우즈를 따돌리고 우승했고 2009년 8월 PGA 챔피언십에서 또 우즈를 꺾고 정상에 오르는 '잭폿'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2010년 10월 한국오픈에서 최종라운드 10타 차 역전 우승을 일궈냈으며 2011년 US오픈 공동 3위가 사실상 그의 마지막 '한 방'이었다.
이제 또 '한 방'이 나올 때가 된 양용은은 "이번 대회도 중간에 들러리나 서려고 나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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