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현상' 증폭될 듯…축구협회 '곤혹'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축구 대표팀의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이후 불거진 '히딩크 복귀설'에 대해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직접 입을 열었다.
히딩크 전 감독이 직접 한국 대표팀 감독 내지 기술고문을 맡을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축구팬들 사이에서 나타났던 '히딩크 현상'은 당분간 증폭될 전망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이든 기술 고문이든 뭐라고 언급하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며 "현재로썬 내가 하기로 한 일이 있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이라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간 측근의 입을 통해서만 나오던 히딩크의 한국 대표팀 감독 복귀 희망설이 본인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여론도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당초 이날 히딩크 전 감독이 자신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일축하기 위해 감독직 수락 의사가 없음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오히려 논쟁에 불을 붙인 격이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히딩크 전 감독의 발언을 전한 연합뉴스 기사에는 순식간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체로 대한축구협회를 비난하고 히딩크 전 감독의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들이다.
이날 히딩크 전 감독이 이미 신태용 감독 선임 전에 자신의 제안을 축구협회에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히딩크 전 감독과 축구협회의 진실게임 양상으로도 번질 조짐을 보인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에 있는 히딩크) 재단 사람들을 통해서 지난여름에 대한축구협회 내부 인사에게 내가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축구협회에서 원한다면 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히딩크 전 감독의 발언에 대해 짤막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 축구협회는 히딩크 전 감독이 제안을 전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 그동안 축구협회는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히딩크 전 감독이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공은 축구협회로 넘어온 셈이 됐다.
이날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 및 신태용 감독과 협의해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는 짤막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필요할 때 요청하는 조언' 정도로는 히딩크 전 감독을 원하는 여론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축구협회도 후속 조치에 대해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축구 팬들의 실망감이 커진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전·현직 임직원의 배임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축구협회로는 더이상 여론과 척을 지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