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 증거…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몰아내려는 작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마을에 조직적으로 방화를 저지르며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고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가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로힝야족 유혈사태가 벌어진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의 마을들이 불에 탄 모습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15일 공개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위성사진과 화재 감지 자료, 사진, 영상, 목격자 인터뷰 등을 근거로 거의 3주에 걸쳐 로힝야족 마을을 겨냥한 "조직적 방화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티라나 하산 국제앰네스티 위기대응국장은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미얀마에서 몰아내기 위한 작전의 하나로 라카인주 북부에 불을 놓고 있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면서 "이는 인종청소"라고 강조했다.
앞서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핍박받는 동족을 지키겠다면서 대(對) 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달 25일 라카인주의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했다.
미얀마 정부는 이 단체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병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였다. 미얀마 정부는 이 과정에서 4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지만, 유엔은 사망자가 1천 명을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ARSA의 경찰초소 습격이 있었던 지난달 25일 이후 라카인주 주거지역에 최소 80여 건의 심각한 화재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단체는 미얀마군이 마을을 둘러싼 뒤 도망 나오는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그들의 집에 불을 질렀다면서 이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탄했다.
미얀마군이 주민들에게 공격이 있을 테니 마을을 떠나라고 경고한 뒤 도망치는 주민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흉기로 찔렀다는 로힝야족 난민들의 증언도 새롭게 나왔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최근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서 "지난달 25일 이후 지난 4일까지 21차례의 방화로 450여 채의 건물이 불타거나 무너졌다.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얀마 대통령실 대변인 조 테는 지난달 ARSA의 공격에 대응한 소탕작전 차원에서 미얀마군이 라카인주 마을 500여 곳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이중 거의 40%가 현재 완전히 비어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불교도 중심의 미얀마 사회에서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로의 개종을 강요당하며 토지가 몰수되고,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등 핍박을 받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가 지난 2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에게 방화와 성폭행, 학살 등의 반인륜적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도 커지고 있지만,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박해를 피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족 난민은 38만9천 명에 달했으며 계속해서 늘고 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