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기억할게요"…충남 태안 자원봉사자 성지로 우뚝

입력 2017-09-15 15:38  

"고마워요…기억할게요"…충남 태안 자원봉사자 성지로 우뚝

서해안 유류 피해극복 10주년 행사에 3천여명 참가

(태안=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바다가 정말 아름다워요. 이렇게 깨끗한 바다를 만들어준 123만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 첫날인 15일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을 찾은 김인숙(58·여)씨는 푸른 바다와 은빛 백사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씨는 "기름유출 사고 당시 바다에서 양동이로 검은 기름을 퍼내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환경과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10년 전 태안 앞바다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이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하면서 유조선에 실린 원유 1만2천547㎘가 바다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기록된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다.

기름 범벅이 된 바닷가에는 이튿날부터 기름을 퍼내고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으려는 자원봉사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길게 이어진 인간 띠를 형성해 바다를 뒤덮은 검은 기름띠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어린이까지 고사리손으로 바위틈에 낀 기름을 닦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10주년 행사가 열린 만리포해수욕장 곳곳은 자원봉사자와 주민이 이뤄낸 '서해의 기적'을 재조명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고,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자원봉사자들은 오전 11시 만리포해수욕장 해변을 걷는 '희망나눔 걷기대회'를 하며 아름다운 바다를 온몸으로 느꼈다.

걷기대회는 자원봉사자 1천여명이 참가해 깨끗한 바다를 직접 느끼며 입소문을 내달라는 취지를 더욱 드높였다.

대구에서 온 신모(50)씨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걷는 기분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라며 "우리 곁으로 돌아온 바다를 환영하는 행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인간띠를 형성해 기름을 퍼내던 모습을 재현해 깨끗한 바닷물을 퍼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바다를 이렇게 깨끗하게 만들어 줘 고맙다"며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만리포해수욕장 해변도로는 사고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담은 각종 사진이 전시돼 참가자들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의 백미는 태안을 자원봉사자의 성지로 선포하는 '자원봉사 희망의 성지 선포식'이었다.

10년 전 기름유출 현장을 누볐던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태안을 '자원봉사 희망의 성지'로 선포하는 선언문 낭독에 참여했다.

선포자로 나선 이영숙(59·여)씨는 당시 봉사활동에 자녀와 함께 '가족봉사단' 형태로 참여했고 현재도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귀화해 시흥이주노동자 지원센터를 통해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모함마드 수바칸(48)씨도 태안을 찾아 10년 전 바다를 살렸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8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온 박노권씨와 사고 당시 대학생 봉사단원으로 참여한 게 계기가 돼 현재 전북도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하는 유정훈(36)씨도 선포식에 함께 했다.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약 30분 떨어진 리솜오션캐슬에서는 자원봉사자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원봉사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유영만 한양대 교수의 기조강연과 어울림 한마당 등을 통해 자원봉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환영사에서 "10년 전 사고 당시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 봉사활동을 한 수많은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 말씀드린다"며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자원봉사 문화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나눔과 배려 정신이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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