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프로그램 봇물 속 외국인의 한국 여행기로 인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세상에, 이런 시청률은 처음이지?'
개국 10년간 시청률 2%를 넘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2%를 돌파해 3%도 넘었다. 3주 연속 내리 3%를 넘었고, 수도권에서는 4%도 넘었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연일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MBC에브리원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시대상을 반영한 역발상이 주효했다.
◇ 불가능을 깨다…3주 연속 동시간대 케이블 1위
목요일 오후 8시30분 케이블 지형도가 바뀌었다.
MBC에브리원이 지난 6월 파일럿으로 선보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3회에서 시청률 2.06%(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기록하며 2007년 개국한 MBC에브리원 10년 역사 처음으로 2%를 돌파했다.
여세를 몰아 7월27일 정규 편성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지난달 31일 3%를 넘어서더니 지난 14일에는 전국 3.535%, 수도권 4.559%를 기록했다. 3주 연속 동시간대 케이블, IPTV 등을 포함한 유료매체 전체 시청률 1위다.
tvN에서는 20%도 나왔고 JTBC도 10%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케이블 프로그램은 시청률 1%가 아쉬운 상황. MBC에브리원은 개국 10주년에 맞이한 경사에 대단히 고무된 분위기다. 제작진에게는 '즉각' 격려금도 지급됐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문상돈 PD는 17일 전화통화에서 "시청률 2%를 넘겼을 때 '우리 회사에서 2%를 보다니'라며 감격해 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3%까지 넘어서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그는 "이후 3%만 넘으면 대박이겠다 싶었지만 과연 되겠나 생각했는데 3.5%까지 넘어서 너무 놀랐다"며 "기분이 너무 좋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 해외여행이 아닌 한국여행…외국인이 외국인을 안내
해외 여행객이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한국에서 해외여행 프로그램은 발에 차일 정도로 많다. 오래전부터 만들어졌고, 각종 형태의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꾸준히 동시다발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 반대 지점에 놓여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고향 친구들을 초대해 한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역발상이다.
문 PD는 "여태껏 해외로 나가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너무 식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그 반대로 우리의 것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멕시코, 독일 출신 주한 외국인이 각자 고향 친구들을 초대해 국내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중 시청률 3%를 넘어선 것은 독일 편으로 JTBC '비정상회담'으로 친숙한 다니엘 린덴만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1~3회 연속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독일 편은 21일에 마지막회가 방송되고 이후에는 러시아 편이 방송된다.
문 PD는 "출연자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니엘도 호감형인데, 그의 친구들이 한국문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끈 것 같습니다. 이들의 진지한 태도가 예능적인 재미로 치면 그렇게 재미있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독일 친구들이 우리보다 더 진지하게 우리 것에 반응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큰 호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이 자신의 외국인 친구들의 여행 가이드로 나서는 포맷은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이자 셀링포인트다. 어느 순간에도 한국인이 개입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반응하는 모습은 신기한 동시에 시청자에게 자부심도 불러일으킨다.
다니엘이 친구들에게 뜨뜻한 국물의 꼬치 어묵을 권하며 "아, 시원해"라고 말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여행 갈 때는 삶은 달걀에 사이다가 콤비 세트"라고 안내하는 모습은 정겹기 그지없다.
또 친구들이 한글을 한마디라도 익히려고 애쓰는 모습, 불국사와 안압지 등 우리의 문화재를 둘러본 후 "힐링 타임을 가졌다"는 소회를 밝히는 모습에서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늘 옆에 있어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우리 것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 즉흥 스케줄에 따른 돌발 재미도
외국에서 친구들이 오면 4박5일 정도 촬영팀이 붙는다. 제작진이 계획하는 것은 숙소 정도이고 여행 스케줄은 모두 출연자들이 결정한다. 즉흥 스케줄에 따른 돌발 상황, 언어의 장벽에 따른 불확실성도 이 프로그램만의 재미다.
문 PD는 "통역 한 사람이 붙어서 촬영하는데 촬영 중간에는 필요한 것 아니면 개입을 안 하기 때문에 제작진은 출연진이 나누는 대화를 거의 못 알아듣는다"며 "일반인이고 외국인이다 보니 이들이 촬영 중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알 수가 없는데 거기서 재미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예능을 아는 '선수'들이 아니고 외국인들이라 방송에 적합한 이야기가 나올까 걱정도 되지만, 의외로 나중에 번역해놓고 보면 적극 살려야 하는 대화가 많다"고 전했다.
어디를 가든 촬영팀이 붙어야 하기 때문에 출연진이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갑자기 지하철을 탄다든가 하면 촬영 협조가 바로바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출연진이 등산을 한다며 35도 폭염 속 북한산을 등반하게 되면 촬영팀이 녹다운이 돼버린다.
문 PD는 "결국은 출연자가 관건인데 다행히 요즘에는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많아 당분간 출연자 섭외에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며 "외국인들이 국내를 돌아보면서 겪게 되는 불편 등을 통해 우리 관광산업의 문제점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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