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비무슬림 남성과 44년 만에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게 됐다.
15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튀니지 정부는 여성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무슬림 여성과 비무슬림 남성 간의 결혼을 사실상 금지하는 관련 법 규정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슬림이 다수인 튀니지에서 1973년부터 적용돼 온 관련 법은 더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해당 법은 튀니지 국적의 무슬림 여성과 결혼하는 비무슬림 남성은 의무적으로 종교를 이슬람으로 개종해야 하며 이를 입증하는 증명서를 정부 기관에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튀니지 대통령 대변인 사이다 가라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우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 튀니지 여성들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적었다.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은 지난달 튀니지의 새 헌법에 어긋난다며 관련 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튀니지 인권단체도 그간 이 법이 여성들이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해당 법의 폐지를 촉구해 왔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권 국가 대부분에서는 무슬림 여성들과 비무슬림 남성들의 결혼이 금지되고 피해자와 결혼한 성폭행범을 면책하는 형법이 존재하는 등 무슬림 여성들의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 중동 일부 지역에선 자기 부족 여성이 다른 부족에서 성폭행당하면 이를 수치로 여겨 같은 부족이나 가족의 남성이 피해여성을 살해하는 이른바 '명예 살인'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가운데 튀니지는 다른 중동의 이슬람권 국가와 비교하면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국가로 평가를 받아 왔다.
튀니지 정부는 지난 7월 여성들에게도 동등한 수준의 상속권을 보장하고 가정 폭력의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등 여성들의 권리 증진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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