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경기] 중기, 매출 줄고 인건비 부담 늘고…"올해도 돈 걱정"

입력 2017-09-17 07:02  

[추석경기] 중기, 매출 줄고 인건비 부담 늘고…"올해도 돈 걱정"

근로자, 제대로 못 쉬고 일해도 수당 못 받기도…"해외여행 부럽다"

정부, 특별자금 27조원·소상공인 1.6조원 지원…하도급대금 조기 지급 유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매출 감소·납품 기일 맞추기 등과 모처럼의 긴 연휴를 즐기고 싶어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추석 연휴가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열흘간 이어지는 기나긴 추석 연휴가 다가왔지만, 중소기업계 경영자와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대표들은 납품 기일 맞추기가 힘들고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걱정이다. 제때 납품하려면 연휴 근무 직원들에게는 휴일근무수당을 추가로 줘야 한다.

근로자들도 납품 때문에 연휴 중간에 출근해야 하는 '퐁당퐁당 근무'를 해야 할 경우가 많아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17일 항만업체 사장인 김 모 씨는 "배가 휴일을 가리지 않고 들어오는 항구 특성상 365일 일한다"며 "이번 추석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누군가는 항상 자리를 지켜야 해 교대 근무를 하니 인건비는 추가로 드는 데 휴일이라 평소보다는 배는 줄어들고 매출도 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랜 세월을 이런 식으로 일하다 보니 익숙해졌다"면서도 "가족 등을 생각하면 불편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기업에 기계를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명절이 길면 길수록 자금 압박이 커진다"며 "연휴 동안에는 주문이 안 들어와 매출이 하락할 텐데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니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납품 날짜를 맞추려면 추석 연휴에도 일해야 하겠지만, 직원들에게 명절까지 일을 시킬 수는 없어 기한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그나마 우리가 납품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명절 대금을 미리 챙겨줘 다행이다"고 돌이켰다.

중기중앙회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은 열흘간 이어질 긴 추석 연휴 때 자금 사정이 곤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금조달 곤란 원인(복수응답)은 '매출 감소'(69.1%)가 가장 많았고, 연휴 때 필요자금 대비 부족률은 27.1%였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기나긴 연휴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힘든 처지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중소 건설업체에서 일하는 양 모(30) 씨는 "개천절과 추석 연휴인 3∼6일은 쉴 듯하지만, 현장 일이 많아 9월 30일부터 10월 2일, 10월 7∼9일은 아마 근무가 잡힐 것 같다"며 "아직 일정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 씨는 "평소에도 주말과 관계없이 주 6일을 일했는데 이번에도 아마 주말에 근무가 걸리지 않을까 싶다"며 "2일은 임시공휴일이지만 쉴지, 말지 아직 말도 없다"고 전했다.

대기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중소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윤 모(35) 씨는 추석 연휴 때 10월 4·5·6일에 대기해야 해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

윤 씨는 직원들끼리 9월 30∼3일, 10월 4∼6일, 10월 7∼9일 3개팀으로 대기 조를 짰는데 4∼6일에 일 하게 됐다.

그는 "납품한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대기업이 수리를 맡기는 데 언제 그런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다"며 "일을 안 할 수도 있지만, 서울을 비울 수도 없어 긴 여행은 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 가스충전소에서 일하는 김 모(63) 씨는 명절 연휴라도 평일처럼 근무표가 돌아간다.

열흘 중에 주근 4번, 야근 3번 일하고 사흘 쉰다. 딱히 휴일근무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 일할 맛도 나지 않는다.

김 씨는 "오랜만에 긴 연휴라 남들 다 놀러 가는 데 혼자 일할 생각을 하니 갑갑하다"며 "서울은 텅텅 빌 테지만 그렇다고 가스충전소가 쉴 수도 없고 우울한 명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명절 자금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도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

공공조달의 경우 연휴 이후인 16일까지 납품기한을 연장하고 대기업에도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 하도급 대금을 조기에 현금 지급하도록 행정 지도한다.

자금 곤란을 완화해주기 위해 중소기업에 추석 특별자금 등 27조원, 소상공인에게는 1조6천억원 가량을 지원한다.

연휴 직후인 다음 달 10일이 기한인 4대 사회보험 납부기한도 다음 달 12일로 연장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kamj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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