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임대료 인하 불가…롯데 "더 요청하겠다"

입력 2017-09-18 06:11   수정 2017-09-18 07:09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임대료 인하 불가…롯데 "더 요청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롯데마트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 결국 중국에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점 철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는 임대료가 인하되지 않으면 인천공항 사업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임대료 조정을 공식 요청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협상 테이블조차 차려지지 않고 있어 '사드 사태'를 둘러싼 임대료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의 합리적 조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롯데면세점은 공문에서 최소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료율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임대료 구조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롯데면세점 측은 "전면적 철수라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려는 시도"라며 "현 상황이 시급한 만큼 일주일 이내에 협의 일정을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문 발송일을 기준으로 하면 19일까지 협의 일정에 대한 회신을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아직 인천공항공사는 회신하지 않았으나 임대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조만간 공식적인 답변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대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인천공항공사가 협상을 거부하면 롯데면세점이 곧바로 철수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로서는 임대료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서두르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까지 8월까지 총 약 4조1천억 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납부하게 돼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2천억 원 이상, 5년간 최소 1조4천억 원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면 철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당장 현실화되기보다는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면세점 철수라는 극단적인 사태는 양쪽에 모두 부담이 된다.

롯데로서는 입찰에서 높은 금액을 적었다가 사업권을 포기하는 데에 대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1위 사업자의 이미지에도 상처를 입게 되고, 3천억원에 가까운 위약금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공항으로서도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이 빠져나갈 경우 타격을 입게 된다.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1조3천억원 중 약 66%를 면세점 임대료가 차지했다며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롯데가 철수를 결정한다고 해도 철수 시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인천공항으로서도 만만찮은 후폭풍을 겪어야 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공문으로 '최후통첩'을 했다기보다는 일단 만나서 이야기해보자는 것이었다"며 "간단히 결정할 문제가 아닌 만큼 긍정적인 답변이 오지 않아도 계속 요청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개장 예정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터미널 개장으로 1터미널 이용객 수가 감소할 경우 임대료 조정이 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사드 보복 피해 부분이 반영될 여지가 있다.

롯데는 신라, 신세계와 함께 2터미널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금액이 걸려 있어 양측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며 "자체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합리적인 대안이나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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