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2명 목숨 앗아간 석란정 붕괴…화재원인은 '오리무중'

입력 2017-09-17 12:19   수정 2017-09-17 15:29

소방관 2명 목숨 앗아간 석란정 붕괴…화재원인은 '오리무중'

1차 출동 당시엔 화재 '최성기'·2차 화재 후 붕괴해 발화점 못 찾아

주민들, "펜스 설치돼 있으나 공사장 통해 외부인 출입 가능" 실화 가능성 제기




(강릉=연합뉴스) 이종건 박영서 기자 = 17일 강원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2명이 무너진 건물에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석란정 붕괴사고의 도화선이 된 화재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29분께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불을 끄던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정자 붕괴로 건물 잔해 등에 깔렸다.

두 사람은 10여분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석란정에 최초로 불이 난 것은 전날 오후 9시 45분이다. 당시 당국은 10여분만에 불을 껐다.

재발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력 2명과 소방차 1대를 두고 감시하다 철수했으나 이튿날 오전 3시 51분께 다시 불이 붙었다.

1차 화재 당시 정자 바깥에서만 불을 껐던 대원들은 정자 건물 바닥에서 연기가 나자 정자 안으로 들어가 잔불 정리작업을 벌이다 참변을 당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와 붕괴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발화점이라도 알 수 있다면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하지만 1차 화재 당시 불길이 가장 센 '최성기'에 출동했고, 2차 화재 후 정자가 붕괴하면서 발화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단 정자 안에는 전기 시설이 없어 내부에 화재를 의심할만한 요인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 요인이 없다면 실화 등 외부 요인이 가장 유력한 화재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인근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자 주변으로 높이 3m에 달하는 펜스가 설치돼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민들은 "완전히 출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정자와 불과 10여m 떨어진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공사현장을 통해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펜스가 'ㄷ'자로 설치돼 상가가 늘어선 도로변에나 솔밭에서 볼 때는 일반인 출입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공사장 경계 부분은 H빔만 세워져 있을 뿐 망이 없어 충분히 외부인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상가 쪽으로 난 펜스에 설치한 출입문은 화재 당시 굳게 잠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인이 그물망처럼 촘촘한 펜스 망을 일부러 찢고 들어가 불을 냈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희박하다.

주민들은 "공사장 근로자가 아니라도 외부인이 공사장을 통해 들어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올해 펜스 설치 이후에는 사실상 시공사에서 정자의 전반적인 관리를 맡았다"고 말했다.







정자가 솔밭 한가운데 있는 탓에 수년 전 솔잎이 수북이 쌓인 지붕으로 날아든 폭죽의 불씨로 인해 불이 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 역시 가능성은 적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관기관과 함께 화재원인을 정밀 감식할 예정이다.

소방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화재원인을 단정 짓기 어렵다"며 "다각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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