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잠실 LG전 데뷔 첫 안타+9회 말 2사 후 결정적인 호수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가 3-1로 앞선 가운데 9회 말 2사 1루에서 LG는 대타 양석환 카드를 냈다. 양석환은 박정진의 4구를 때려 좌익수 쪽 외야 깊숙한 곳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그대로 타구가 빠지면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기에 충분한 상황. 이때 한화 좌익수 강상원(20)은 펜스 쪽으로 전력 질주해 몸을 날려 타구를 낚아챈 뒤 펜스와 충돌했다.
내년을 기대하는 한화는 또 하나의 미래를 발견했고, 5강 싸움에 한창인 LG는 치명적인 1패에 고개 숙였다.
강상원은 야구팬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이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9번, 즉 꼴찌에서 두 번째로 간신히 한화에 지명받은 강상원은 프로 2년 차인 올해 1군 데뷔 꿈을 이뤘다.
주로 대주자와 대수비로 1군을 오갔던 강상원은 이날 8회 초 이용규의 대주자로 오랜만에 1군 무대에 섰다.
8회 말 좌익수로 위치를 옮긴 강상원은 9회 초 2사 2루에서 내야 안타를 때렸다. 프로 데뷔 첫 안타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상군 한화 감독은 "원래 강상원 자리에 대타 이성열을 쓸까 고민했다가 수비 때문에 강상원을 놔뒀다. 만약 뺐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웃었다.
교체의 고비를 넘긴 강상원은 9회 말 그림 같은 '끝내기 수비'로 야구장에 이름 석 자를 깊게 각인했다.
강상원은 "공이 뜨자마자 너무 긴장해서 아무런 생각이 안 났다. 훈련 때 그렸던 이미지가 있어서 '이건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쫓아갔다"고 말했다.
강상원은 한화에서 첫손에 꼽을 만큼 빠른 선수다.
그림 같은 수비도 빠른 주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을 잡은 뒤 펜스에 강하게 부딪혔던 그는 "원래 어릴 때부터 거칠게 슬라이딩했다. 오히려 그렇게 해야 안 다친다. 아무렇지도 않다"며 웃어 보였다.
강상원은 수비로 팀을 살렸고, 타석에서는 뜻깊은 프로 첫 안타를 때렸다.
그는 "올해 아버지 소원이 형 취업과 내 첫 안타였다. 소원을 풀어드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팀 선배 이용규가 롤모델이라는 강상원은 "이번 시즌 끝나면 더 많은 경험도 쌓고, 힘도 불려서 내년에는 주전으로 뛰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