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에 한식 알리기 '첨병' 스타요리사 페라리 "대세는 한국 음식"

입력 2017-09-17 17:57  

伊에 한식 알리기 '첨병' 스타요리사 페라리 "대세는 한국 음식"

"소스와 재료가 빚어내는 특별한 맛, 伊서도 통해"…"한식 전문식당 내고파"

(밀라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중국 음식은 이제 여기서 별로 고급스러운 음식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고, 스시 같은 일본음식은 포화 상태에 달했어요. 이제 한식이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앞으로 대세는 한식이 될 거예요."

경력 13년차의 이탈리아의 요리사 파브리치오 페라리(35)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1개를 받은 식당 '알 포르티치올로 84'를 밀라노 북쪽 레코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명한 셰프다.






밀라노 총영사관이 작년 밀라노에서 처음 개최한 한식 요리 콘테스트에는 미슐랭 별을 받은 스타 셰프의 출전으로 화제가 됐고, 그는 당시 칼칼한 고추가루를 듬뿍 넣은 '고등어구이와 무 조림'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페라리 셰프는 이를 계기로 지난 5월에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에서 전통 메밀전병을 이탈리아식으로 재해석하는 쿠킹 쇼 진행자로 나서는 등 한국 음식을 이탈리아에 알리는 데 있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밀라노 총영사관이 16일 밀라노 남부 외곽의 요리학교 팜(Farm)65를 빌려 두 번째로 마련한 한식 요리 콘테스트에서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나선 그와 만나 한식에 대한 애정과 이탈리아에서의 한식의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한국 음식의 인연은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가업인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22살이 되던 해인 2004년, 양복을 입고 회사원이 되는 대신에 앞치마를 두르기로 결정했다.

어머니와 둘이서 주방에서 일하다가 일손이 달리자 자신의 식당에서 함께 일할 셰프를 구하려 마음먹은 그는 처음엔 일본 셰프를 수소문했지만, 곧 한국 셰프를 찾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지인들이 일본 셰프처럼 정확하면서도 따분하지는 않아 같이 지내기 좋을 거라며 한국 셰프를 추천하더군요. 실제로 지금까지 함께 일한 3명의 한국인 셰프들과는 인간적으로도 마음을 터놓으면서 신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 셰프와 부대끼며 그는 낯선 한국 음식의 세계에 점차 빠져들었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고추장을 소스로 한 비빔밥, 간장 소스를 사용한 불고기 등이다.

"고추장은 평소에도 숟가락으로 그냥 퍼먹을 만큼 좋아하거든요. 절반쯤은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터라 갖가지 채소를 넣은 비빔밥은 가장 사랑하는 한식 메뉴 중 하나예요. 또,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용도로 배를 이용하는 불고기 조리법을 배우고는 무릎을 탁 쳤죠."

깍두기, 오이지 등 제철 김치류도 즐겨 먹는 반찬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한국인 셰프로부터 배운 한식 조리법을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요리에 접목, 한식과 이탈리아 음식이 결합한 퓨전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토마토 소스에 바질을 넣고, 고추장 소스를 듬뿍 넣은 스파게티, 쌈장에 버무린 가지 튀김, 춘장에 볶은 리조또, 매실 소스를 입힌 오징어 등은 그의 식당의 인기 메뉴다.

그는 "한식은 다른 동양 식단에 비해 조금 늦게 알려졌지만, 2015년 밀라노 엑스포 때 홍보를 잘한 덕분에 이미지가 워낙 좋다"며 "앞으로 이탈리아인들이 즐기는 외국 음식 가운데 대세는 한식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밀라노 엑스포에서 '발효'와 '건강'을 주제로 한 한국관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이탈리아에 한식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중국 음식은 요즘 여기서 그렇게 고급 음식으로 치지는 않습니다. 스시를 다루는 일식도 포화상태에 달했고요. 한식의 경우 건강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데다 발효된 장류가 다른 식재료와 빚어내는 '케미스트리'가 환상적이라, 한번 맛을 보면 그 특별함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탈리아인들이 자국 음식에 대한 자긍심이 너무 높아 다른 나라 음식에 배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라며 "특히 젊은 세대는 음식에 있어서도 모험을 즐기기 때문에 아주 매운 맛만 아니라면 거의 모든 종류의 한국 음식이 이곳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고향인 레코에서도 한국 요리만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한식당을 열는 게 앞으로의 소망이라고 밝혔다.

"밀라노 같은 대도시엔 이제 한식당이 충분히 있어요. 하지만, 제가 사는 레코엔 한식당이 아쉽게도 하나도 없죠. 3년 전 레코에 인도 식당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는데, 처음엔 사람이 없다가 이젠 인도 식당이 3곳이나 될 정도로 사람들이 새로운 맛에 끌리고 있어요. 한식당 문을 열어 제가 사랑하는 고향 주민에게 깊이 있는 한국의 맛을 알리고 싶습니다."

한편, 작년에 난생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보름 간 체류한 그는 "한국에 다시 가고 싶어 두 살 난 딸이 비행기를 타는 데 힘들어하지 않는 나이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가보려고요. 한국이 이렇게 맛있는 것이 많고, 문화적으로 풍부한 나라라는 걸 아내와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거든요."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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