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MB 블랙리스트도 조사한다"…김미화 조사신청(종합)

입력 2017-09-18 17:17   수정 2017-09-18 17:47

진상조사위 "MB 블랙리스트도 조사한다"…김미화 조사신청(종합)

1차 대국민 활동보고 '블랙도 화이트도 없는 세상'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 합동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18일 이명박 정부 시절 일어난 이른바 'MB 블랙리스트' 사건도 조사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진상조사소위원장인 조영선 변호사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1차 대국민 활동보고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되는 사건들은 박근혜 정부 시기에 발생한 사건들이 많으나, 최근 MB 블랙리스트 보도 이후 당시 사건에 대한 제보와 조사신청 접수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변호사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돼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며 업데이트되고 관리되고 실행돼온 정황이 있다"며 "피해가 있다면 시기에 상관없이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MB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방송인 김미화가 오는 26일 진상조사위에 출석해 정식으로 조사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진상조사위 측은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7월 31일 출범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상 규명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유사한 사건이 이명박 정부부터 이어져 온 정황이 드러난 이상 조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진상조사위의 이원재 제도개선소위원장 겸 대변인은 "원칙상 조사 범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MB 블랙리스트도 조사 대상이 된다"며 "현장의 피해 사례를 조사함으로써 검찰 수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1일 이명박 정부 당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통해 직접 관리했던 문화예술인 82명의 명단(MB 블랙리스트)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김미화를 비롯해 김제동, 김규리, 문성근, 명계남, 여균동, 이창동,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양희은, 신해철 등이 포함됐다.

현재 진상조사위는 '부산국제영화제 외압'과 '서울연극제 대관 배제 및 아르코 대극장 폐쇄'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 때 일어난 블랙리스트 사건 6건을 직권조사 대상으로 삼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심사번복 요구 및 공연포기 강요 사건',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 등 선정배제 사건', '한국문학번역원 지원배제 사건', '모태펀드 영화계정 부당개입 사건'도 6건의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진상조사위의 기본운영기간은 6개월이지만 필요시 위원회 의결을 거쳐 3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진상조사위는 문체부 공무원 4명과 민간 전문가 17명 등 21명으로 구성됐으며, 진상조사, 제도개선, 백서발간 등 3개 분과를 두고 있다.

한편, 진상조사위는 이날 오후 출범 후 한 달 보름 동안 진행된 진상조사위 활동 결과를 일반 국민, 문화예술계와 공유하기 위해 1차 대국민 활동보고 '블랙도 화이트도 없는 세상' 행사를 개최했다.





진상조사위 위원인 김영산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은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위원회가 밝힐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국민 활동보고 후 'MB 블랙리스트'에 오른 변영주 영화감독이 진행한 토크쇼 '블랙리스트를 말하다'에는 노순택 사진작가, 박민규 소설가, 이송희일 영화감독, 이하 미술가, 연극연출가인 전인철 극단 돌파구 대표 등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가들이 참석해 생생한 경험담을 전했다.

전인철 대표는 박근혜 정부를 풍자한 박근형 연출가만 배제된 채 나머지 7개 극단이 정부 지원을 받아 공연했던 '창작산실'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공연으로 많은 비난과 상처를 받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면서 "연극계의 보이지 않는 균열과 불신의 벽, 흐트러진 연극인의 마음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변영주 감독은 "공공기금의 지원을 받아 활동해야 하는 문화예술 영역이 있다. 상업적이지 않기 때문인데 기초과학 같은 거다. 그런데 돈을 빌미로 그분들이 서로 반목하고 자신을 무능력자로 보이게 만들었다"며 "적어도 공공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시는 완장을 찰 수 없도록, 보복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 회복의 측면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순택 작가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은 불편함을 던지는 것이고 현대예술로 올수록 그런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권력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는 문화예술만 남아있게 된다면 그것을 문화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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