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타마현 히다카시 고마신사…퇴위전 '화해 메시지' 주목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가 20일 일본 내 고구려 마을인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에 있는 고마(高麗)신사를 참배한다.
역대 일왕 부부 가운데 고마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마신사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왕 부부가 20일 신사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역대 일왕 가운데 고마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아키히토 일왕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키히토 일왕의 고마신사 참배 배경 등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지난달 15일 2차대전 패전일 희생자 추도식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3년 연속 '반성'을 언급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미 생전 퇴위 의사를 밝혀 내년말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예정인 만큼 퇴위 전에 일본 내에서 한반도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는 고마신사를 방문함으로써 반성과 화해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고마신사는 고구려 마지막 임금 보장왕의 아들인 약광(若光)이 세운 고마(高麗, 고구려를 의미)군(현 히다카시)에 세워졌다.
나당연합군의 공격에 고구려가 멸망하자 일본으로 망명한 약광은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민들을 모아 716년 고마군을 창설한 뒤 수장을 맡았다고 한다.
고마신사는 730년 약광의 사망 이후 그를 모시기 위해 설치됐다.
일본에서는 '출세를 하고 싶으면 고마신사에 가서 빌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고마군은 창설 이후 1천년 이상 유지되다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군에서 폐지돼 이름만 유지되다가 1955년 행정구역명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고마신사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년 6월에는 고마군과 약광을 기리기 위해 재일교포들이 중심이 돼서 고마약광회가 구성됐고, 지난해 4월 23일에는 고마신사에 고마군 창설 1천300주년 기념비도 세웠다.
당시 기념시 건립 행사에는 아키히토 일왕의 사촌 동생인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高円宮憲仁·1954∼2002)의 부인 히사코(久子) 여사, 하세 히로시(馳浩) 일본 문부과학상(교육장관), 야가사키 테루오(日高) 히다카 시장 등 일본 주요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취재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choina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