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유별난 나라인가…북한을 둘러싼 신화 걷어내기

입력 2017-09-20 10:13   수정 2017-09-20 11:13

북한은 유별난 나라인가…북한을 둘러싼 신화 걷어내기

헤이즐 스미스 '장마당과 선군정치'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북한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일반적인 국가와는 다른 '유별난' 국가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주민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며 주민들은 지도자에 세뇌돼 맹목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물론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굶주리다 못해 인육을 먹는다는 식의 이야기도 횡행한다.

영국의 북한 연구자인 헤이즐 스미스 런던 SOAS 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이런 인식에 도전한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는 증거에 기반을 두지 않은 연구가 이뤄져 왔다고 보고 신간 '장마당과 선군정치'(창비 펴냄. 원제 North Korea: Markets and Military Rule)에서 과학과 학문의 방법으로 북한 사회 이해하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북한이 '유별난 나라'라는 인식을 이용해 북한 정권이 이득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군사적 우월성, 무시무시함, 예측 불가능함 같은 신화가 북한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북한에 대한 클리셰들을 걷어내는 데 주력한다. 그러기 위해 북한에서 실제 활동한 국제기구들이 발표한 자료와 1998∼2001년 자신이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서 업무를 맡아 2년간 북한에 머무르며 얻은 현장자료를 이용한다. 주장에 대한 근거 제시를 내세운 책은 520여쪽 가운데 주석이 4분의 1이 넘는 147쪽 분량이다.

저자는 북한이 여전히 권위적이고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가 없는 것은 맞지만 1990년대 중반에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통제하던 전방위적 능력을 상실했다고 본다. 1990년대 중반은 1990년대초까지 이어지던 김일성주의 시기와 1990년대말 이후 선군정치가 시작되기 이전의 시기다.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북한은 옛 소련으로부터 더는 보호받을 수 없었고 경제적 지원도 끊겼다. 국가가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자 북한 주민들은 자력갱생할 방법을 찾아냈고 이는 '자생적 시장화'로 이어졌다.

암시장처럼 부족한 것을 채우던 비공식 시장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공간이 됐다. 북한 주민들은 중국이나 남한의 생활 수준을 알게 됐고 지도부의 권위와 정당성은 축소됐다. 1990년대 기근을 경험한 북한 주민들은 더는 국가가 믿을 만한 식량 공급원 역할을 할 것으로 믿지 않게 됐다. 당 관료와 보안 담당자 역시 주민들이 참여하는 시장에 의존하게 된다.






책은 북한의 시장화가 계획된 것이 아니라 자생적인 현상이며 이를 주도한 것이 엘리트가 아닌 주민들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북한의 변화에서 주민들의 역할을 주목한다. 그들은 세뇌되지도 않았고 우매하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문제를 분석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 이런 관점에서 집단체조에 동원되고 지도자의 죽음에 광적으로 슬퍼하는 로봇 같은 사람이라는 식의 인식 대신 북한 변화의 주역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9·11 이후 북한에 대한 선제적 외교정책을 추진할 의사와 역량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 국제 테러,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미국 대통령들이 정치적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북한과의 협상을 밀어붙일 정도로 북한이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회에는 북한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한 두 명의 정치적 발언이 의제에 과도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하며 지속적인 외교의 부재로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 마비로 바뀌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6자회담은 너무 많은 부정적인 앙금을 남긴 탓에 새로운 방안의 토대가 될 수 없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역할이 결국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다시 나서서 세심하게 조율된 외교적. 경제적 방안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미국 정계의 모든 정치세력을 통합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외교적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오 옮김. 528쪽. 2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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