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추석…재래시장 "연휴 길어 매출 30%↓"

입력 2017-09-19 15:39   수정 2017-09-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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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추석…재래시장 "연휴 길어 매출 30%↓"

110만명 이상 해외여행…"선물 줄이고 여행 소비 늘어"

대형 유통업체 "선물세트 사전 예약판매 호조"

(서울=연합뉴스) 정열 정빛나 기자 = 사상 최장이라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대목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 맞는 추석이지만 길어진 연휴 탓에 여행을 가려는 수요는 늘어난 반면 선물에 쓰는 비용은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농수축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작년 추석보다 매출이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연휴가 길어져 매출이 부진하다고 푸념했다.


◇ 재래시장 상인 "매출 30% 감소"…"긴 연휴 탓에 장사 안돼"



19일 관련 업계와 재래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석 대목이 예년 같지 않다는 분위기는 재래시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조 모(52) 씨는 "올해는 청탁금지법을 시행하기 전인 작년 추석보다 매출이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특히 올해는 추석이 길어서 장사가 더 안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 박 모(59) 씨도 "올해 과일은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편이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한데도 경기가 어려워 사람들이 돈을 안 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올해 설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7% 급감했다.

이번 추석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두 번째 명절인 데다 열흘간의 황금연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농수축산물에 집중하고 있는 재래시장 매출은 더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 110만명 이상 해외로…5만원 이하 선물 비중 증가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장 열흘간에 달하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110만명 이상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연휴 기간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 예약 건수는 지난해 추석 연휴의 두 배 이상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 11일 기준으로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출발하는 여행 상품 예약자는 7만9천여 명으로 작년 추석 연휴(2016년 9월 13∼18일)의 3만9천여 명의 2배가 넘었다.

지난해 예약자는 이미 연휴가 끝난 뒤에 집계된 수치이고 이번 추석 연휴 예약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약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업계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최종 실적이 지난해보다 115%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예상대로라면 이번 추석 황금연휴 해외여행자 수는 110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쇼핑사이트 티몬 조사에서도 올해 추석의 경우 선물에 쓰는 비용은 줄어든 대신 여행을 위한 소비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티몬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가격대별 추석 선물 판매 추이를 조사한 결과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선물에 쓰는 비용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티몬은 선물 비용이 줄어든 것이 5만원 이하 알뜰 선물의 비중이 작년 대비 22%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만원 초과 10만원 이하 선물은 17%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감소했다.

해외여행상품 매출은 작년 추석보다 63%, 국내 내륙여행은 59% 각각 증가했다.

티몬 관계자는 "길어진 추석 연휴와 선물 비용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변화로 선물을 사는 데 쓰는 지출은 줄이는 대신 여행 소비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백화점·대형마트는 "실적 괜찮은 편…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백화점과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분위기는 재래시장과는 사뭇 다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선물세트 예약판매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이마트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7일까지의 추석 예약판매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4.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의 선물세트 매출은 작년 대비 180.3% 증가했다.

롯데(36.8%), 현대(31.2%), 신세계(43.6%) 등 백화점들의 예약판매 매출도 늘었다.

올해 추석 선물은 청탁금지법 시행과 소비 침체 영향 등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5만원 미만 실속형 선물이 주류를 이루지만 동시에 10만원 이상 고가 선물세트도 예년보다 많이 팔리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 구매가 51% 급증했다.

이마트에서 10만원 이상 선물세트의 매출은 251.5% 늘었다. 5만원 미만은 237.0%, 5만∼10만원은 56.1% 매출이 증가했다.

각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사전예약판매에 이어 본 판매에 돌입해 추석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아직은 실적이 괜찮은 편"이라며서도 "본 판매가 끝나봐야 최종 실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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