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내각, 브렉시트 앞두고 자중지란

입력 2017-09-19 15:55  

메이 내각, 브렉시트 앞두고 자중지란

'피렌체 구상' 내분 봉합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탈퇴(브렉시트)라는 대사를 앞두고 전례 없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 조기총선에서 예상 밖 부진으로 당 내외 입지가 크게 위축된 데다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각료들 간의 이견이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이혼합의금' 등 EU 측과의 이견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브렉시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메이 총리가 오는 22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포스트 브렉시트' 구상을 밝히는 중대 연설을 앞둔 가운데, 내각 2인자인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이 메이 총리의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 노선에 공개 반발하는 등 메이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존슨 장관은 일간 텔레그래프에 장문의 기고를 통해 EU에 대한 과도한 합의금 지불과 브렉시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장기간의 과도기간 설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윌리엄 헤이그 전 보수당 대표는 고위각료들 간의 단합을 촉구하면서 만약 메이 총리가 피렌체 연설을 통해 당내 이견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다음 총리는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존슨 장관의 반발은 위기에 처한 메이 총리를 끌어내려 차기 지도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술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정국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른바 '하드' 또는 '소프트'를 둘러싼 양측 진영 간의 설전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당 각료들의 입장도 양분 상태다.

존슨 장관과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은 브렉시트 후 모델에 대해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EU와 캐나다 간의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EU와 확실히 결별하되 대신 양측간 98%의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이다.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존슨 장관은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영국이 EU 단일시장 접근을 위해 과도한 액수를 지불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과 앰버 루드 내무장관은 보다 '소프트'한 스위스 모델을 지지하고 있다. 브렉시트 후에도 단일시장 접근을 위해 일정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2개 모델' 택일설을 부인하면서 자신은 제3의 독자적인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렌체 연설에서 모델이 드러날지 관심거리이다.

메이 총리는 한편으로 특별 각의를 소집해 피렌체 연설을 앞두고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섰다. 우선 언론을 통해 공개 반발하고 나선 존슨 장관을 질책했다. 나라는 (차의) 뒷자리가 아닌 앞자리에서 이끈다고 힐난했다.

또 브렉시트 협상 실무 총책인 올리버 로빈스를 브렉시트부(Dexeu)로부터 총리 EU 담당 수석보좌관으로 독립시켰다.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상관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충돌해온 로빈스는 앞으로 브렉시트 협상 상황을 데이비스 장관을 거치지 않고 메이 총리에게 직접 보고하게 된다.

데이비스 장관의 권한이 크게 약화한 셈이다.

여기에 해먼드 재무장관과 가까운 마크 카니 영란은행(중앙은행) 총재가 미국 워싱턴 방문 중 브렉시트에 따른 일련의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해 내분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그는 브렉시트로 영국인들의 실질 소득 감소와 고인플레 및 금리 상승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급격한 이주민 감소로 노동력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혼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피렌체 연설에 존슨과 해먼드, 데이비스 장관 등 핵심 각료들을 초청했으나 존슨 장관은 참석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메이 총리와 존슨 장관이 유엔 총회 참석 중 뉴욕에서 회동에 이견을 조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메이 총리가 피렌체 구상을 통해 얼마만큼 내분을 해소할지 주목된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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