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추석연휴 11박12일 살인근무"…'눈물의 삭발식'도

입력 2017-09-19 16:25   수정 2017-09-19 16:46

학교비정규직 "추석연휴 11박12일 살인근무"…'눈물의 삭발식'도

"1인 근무 야간당직 노동자 위험 노출"…비정규직노조, 근속수당 인상 요구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열흘의 황금연휴라지만 11박12일 동안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살인적인 연속근무를 해야 하는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을 촉구하는 교육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9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들은 9월30일부터 10월9일까지 추석 연휴 기간 11박12일 동안 살인적인 연속근무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학교 경비원으로 알려진 야간당직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관리 공백이 생기는 야간이나 휴일에 근무하기 때문에 연휴가 길어질수록 연속근무 일수가 늘어난다.

전국 대부분 학교에 야간당직 노동자가 1명씩만 배치돼 있어 이번 추석 연휴 때는 최장 11박12일 동안, 288시간 동안 학교에 발이 묶인 채 계속 근무할 수밖에 없다.

교육공무직본부는 "휴게시간에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수습하도록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대부분 대기 상태로 근무지를 지켜야 한다"며 "대체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근로조건 때문에 야간당직 노동자는 평일 16시간, 주말 24시간을 일하면서도 임금은 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용역업체들이 근무의 상당 부분을 휴게시간에 편입시켜 근무시간을 줄이는 데다 휴일도 대부분 무급이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16시간 중 5시간만을 근무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4년 2인 이상의 근무자가 숙직과 일직을 교대로 근무하거나 격일제로 근무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또 용역비에서 인건비를 80% 이상 지급하고 적정 근로시간을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5년 10월 충북 충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혼자 밤샘 경비 근무를 서던 박모(당시 59세) 씨가 이튿날 아침 숨진 채 발견된 일도 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고령자가 대부분인 학교 당직노동자들이 11박12일간 사실상 사회와 격리되는 것 자체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근무실태 개선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도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근속수당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단체 삭발식을 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8월18일 이후 5차례 단체교섭을 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의 소극적 태도로 교섭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며 장기근무 가산금을 근속수당으로 변경하고 1년에 5만원씩 인상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박금자 위원장 등 18명이 삭발을 했으며, 여러 여성 조합원들은 눈물을 쏟기도 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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