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작심발언에 유엔총회장 싸늘…40분 연설에 박수 5번 그쳐
(유엔본부=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초강경 발언들로 채워졌다.
'외교 슈퍼볼'로 불리는 각국 정상급 양자·다자외교의 무대에서 '호스트 국가'격인 미국의 대통령이 공격적인 연설을 쏟아내자,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은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40분 분량에 달했지만, 총회장에서 나온 박수는 5번에 불과했다. 북한과 이란을 싸잡아 비판하는 대목에서도 한 차례만 박수가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불량국가'(Rogue Nation)를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작심 비판을 이어갔고, 해당 국가의 대표단은 심각한 표정으로 연설을 청취했다.
최우선으로 거론된 '불량국가'는 북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지목하면서 "로켓맨이 자살임무를 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대북 경고'는 5분 가까이 이어졌다.
다만 제비뽑기로 유엔총회장 맨 앞줄 좌석을 배정받은 북한 대표단은 이를 보지 못했다.
유엔주재 자성남 북한 대사는 이날 다른 회원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을 지켜보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순서가 되자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유엔총회장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 도중에는 북한 대표부 소속 실무진이 뒷자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받아적는 모습만 수차례 카메라에 잡혔다.
자 대사는 NBC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했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을 이끄는 리용호 외무상은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2일 기조연설을 앞두고, 20일께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통상 인권·기후변화·테러리즘 등 공통현안에 대한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유엔의 기조와도 사뭇 달랐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미국 내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MS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들은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만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는 외교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안보사령탑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등 외교·안보 라인이 총출동했다.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를 비롯해 장녀 이방카와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 부부, 차남인 에릭 트럼프도 유엔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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