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1천159㏊·강원 665㏊·충주 68㏊ 피해…수확 앞둔 농심 '망연자실'
(전국종합=연합뉴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보름을 불과 보름 앞둔 지난 19일 쏟아진 때아닌 '우박 폭탄'으로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보면서 1년 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날 오후 경북과 강원 충북 북부지역에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손톱만한 크기의 우박이 떨어지면서 벼와 과일, 배추 등 수확을 앞둔 농작물을 강타했다. 20일 오전 잠정 집계된 이들 지역 농작물 피해 규모는 어림잡아 2천㏊에 가깝다.
탐스럽게 잘익은 사과는 겉면이 모두 찢어져 상품성을 잃었고, 황금빛 물결을 이루며 고개를 숙였던 벼는 모두 쓰러져 제대로 수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해 동안 정성을 들여 자식같이 돌봤던 농작물들이 한순간의 우박 습격으로 망가지자 농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경기도 의정부와 남양주, 포천, 연천, 충북 충주, 강원도 춘천, 경북 안동 등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비와 함께 직경 2~3㎝ 크기의 우박이 길게는 5∼6분간 쏟아졌다.
추석을 앞두고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농가에선 갑작스러운 우박 피해로 쑥대밭이 된 상황이다.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율문3리에서 방울토마토와 사과 농사를 짓는 이장 배철규(53)씨는 우박으로 비닐하우스 지붕이 찢어지고 사과 껍질이 상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배씨는 "수확을 앞둔 벼는 우박에 낱알이 떨어져 나가 수확량이 크게 줄 것 같다"며 "당장 쓰러진 벼를 추수하는 게 걱정"이라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갑작스럽게 내린 우박으로 들깨와 고추는 물론 배추밭도 초토화됐다"고 탄식했다.
강원도는 우박으로 도내 7개 시·군 665㏊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양구가 405㏊로 가장 피해가 컸다. 이어 춘천이 150㏊, 홍천 50㏊, 인제 30㏊, 철원과 화천·고성이 각각 10㏊로 집계됐다.
도는 긴급복구를 위해 2억원의 예비비를 지급하기로 하고 농작물 피해 정밀조사 실시 이후 복구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아직은 예상치여서 정확한 피해 규모는 각 시·군의 추가 집계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 우박이 떨어졌던 경북의 4개 시·군 역시 1천159㏊에서 농작물 피해가 났다.
안동이 600㏊로 가장 많았고 문경 471㏊, 예천 73㏊, 청송 15㏊ 등이었다. 작목별로는 사과가 960㏊, 콩 150㏊, 호박 20㏊, 오미자 6㏊, 기타 23㏊로 조사됐다.
충북 충주에선 사과 57개 농가 46㏊, 벼 20개 농가 15㏊, 배추 5개 농가 5㏊, 상추 8개 농가 1.7㏊, 기타 2개 농가 0.3㏊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오후까지 접수된 것만 집계한 것이어서 피해 농가와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는 피해 농가들을 대상으로 현지 확인 절차를 거쳐 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승형 이상학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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