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내부개혁"…최흥식 원장 외부일정 취소, 개혁안 고심
징계 당사자들 재심·행정심판 청구할 듯…일각선 "보복성 아니냐"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금융감독원의 기관운영 감사 결과는 금감원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헤집어놨다.
조직·예산, 금융회사 검사·제재,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감원 업무에 대한 지적을 두루 내놨지만, 핵심은 '채용업무 부당 처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해 신입 정규직 채용, 민원처리 계약직 채용에서 '채용비리'를 의심할 만한 사례가 드러났다는 게 감사원의 발표다. 감사원은 당시 채용 담당 국장에 대해 면직, 실무 팀장 등 3명에 대해 정직을 요구했다.
또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 관련 임직원 3명에 대한 '인사자료 활용'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발칵 뒤집혔다. 최수현 전 원장이 "잘 챙겨보라"라고 언급한 이후 전 국회의원 아들을 경력직에 채용한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나서 금감원은 '채용비리 노이로제'에 걸렸다.
최 전 원장은 논란 속에 처벌을 피했지만, 사건에 연루됐던 김수일 전 부원장과 이상구 전 부원장보가 기소돼 지난 13일 1심에서 각각 징역형이 선고된 터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 착수한 것도 금감원에 이 같은 채용비리가 또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발생한 채용비리와 유사한 부당 채용 사례를 적발, 엄정한 책임 추궁을 통해 재발 방지를 도모"한 것을 이번 감사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금감원은 일단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관련해 채용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채용의 전 과정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하는 등 강도 높은 내부개혁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외부 파견자를 줄이고, 기능이 축소된 부서의 인력을 감축해 이들을 가상화폐, P2P 대출, 회계감리 등 인력 수요가 많은 부서로 배치한다.
지난 11일 취임한 최 원장은 이번 사안과 무관하다. 다만 금감원을 이끌게 된 입장에서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고 조직을 쇄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 원장은 이날 예정됐던 외부일정을 취소한 채 금감원 개혁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일괄 사표를 받은 임원들의 거취를 포함해 조만간 대규모의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에서 내달 말까지 마련할 개혁 방안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감사가 당사자들의 거듭된 소명에도 미리 짜인 '프레임'에 따라 진행됐다는 불만이 금감원 내부에 팽배하다.
특히 면직·정직 등 중징계 대상에 오른 직원들은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물론 행정심판과 소송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업무 처리상 단순 착오나 실수였는데도 감사원은 이를 조직적 비리로 몰고 갔다"며 "채용비리를 추가 적발하겠다고 달려든 감사원이 감사 실적을 위해 짜 맞췄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의 다른 간부는 "금융회사를 검사·제재하는 금감원도 감사원 앞에선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며 "피감기관의 억울함을 피부로 느낀 계기였다"고 촌평했다.
일각에선 감사원의 이번 감사가 금감원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지난 4월 금감원을 감사하던 감사원 직원의 '결혼식 알림장' 사건을 금감원이 언론에 제보했다고 판단, '군기 잡기' 목적으로 저인망식 감사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원이야말로 고위직 자녀들의 감사원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기관 아니냐"며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사안에 비해 징계 수위가 다소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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