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처단 궈원구이의 재벌-공권력 결탁 낱낱이 공개
6년 억울한 옥살이 추룽, 궈원구이 낙마 후 무죄판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50)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을 둘러싼 소송전이 잇따르면서 중국 권력층의 추악한 정경유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일 홍콩 명보와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횡령죄 등으로 15년형을 선고받은 궈원구이의 전 동료 추룽(曲龍·47)이 최근 허베이(河北)성 고등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추룽에 대한 무죄 선고보다 세간의 주목을 더 받는 것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 재벌과 권력 간의 적나라한 결탁과 부정부패이다.
차이신에 따르면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다가 궈원구이의 BMW 자가용을 수리해주면서 가까워지게 된 추룽은 2006년부터 궈원구이의 경영 대리인 역할을 맡으면서 그의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추룽은 궈원구이 소유의 정취안홀딩스 이사회에도 참여해 이사회 의장 권한을 행사하면서 거액의 연봉을 받았다.
그러던 중 2008년 톈진화타이(天津華泰)그룹의 자오윈안(趙雲安) 회장이 공금 횡령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자 궈원구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궈원구이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간부인 멍후이칭(孟會靑)과의 관계를 이용해 자오 회장이 풀려날 수 있도록 했다. 중앙기율위는 중국 내 최고 사정기관이다.
궈원구이는 이를 빌미 삼아 은밀한 공작을 통해 톈진화타이그룹의 지분을 취득했고, 이후 현금으로 바꿔 4억 위안(약 680억원)의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 지분 취득이 문제가 되자 궈원구이는 "추룽이 서명을 위조하고, 허위 지분양도 협상을 통해 지분을 취득했다"며 모든 잘못을 추룽에게 뒤집어씌웠다.
반격에 나선 추룽은 궈원구이가 마젠(馬健)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차관급) 및 정법위원회 서기 장웨(張越)와 결탁해 국유기업인 민족증권의 경영권을 불법으로 획득했다고 2010년 실명으로 제보했다.
국가안전부는 국내 정치범 등을 담당하는 실세 권력기관이며, 정법위는 중국의 공안·검찰·법원·정보기관 등을 총괄하는 막강한 당 조직이다.
격분한 궈원구이는 추룽에게 전보를 보내 "감히 나를 고발하다니 죽음을 자초하는구나"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궈원구이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궈원구이의 민족증권 인수 전날 추룽은 허베이성 청더(承德)시 공안에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추룽은 직권을 남용해 거액을 횡령하고, 불법으로 정취안홀딩스의 주식과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혐의로 허베이성 법원에 의해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백방으로 무죄를 호소했지만 소용없었고,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후 대대적인 반부패 사정으로 궈원구이의 배후 세력이었던 마젠과 장웨가 체포되자 상황은 역전됐다.
마젠은 올해 초 올린 20분짜리 동영상에서 자신이 궈원구이를 위해 추룽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국가보안부 명의의 공문을 청더시 공안에 보내 사건을 최대한 빨리 처리할 것을 독촉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허베이성 고등법원은 지난 12일 상소심 판결에서 추룽 사건의 증거가 부족하고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중국의 권력기관들에 의해 사법 정의가 짓밟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석방된 추룽은 "억울하게 6년 5개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지만, 이제는 맞서 싸우겠다"며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 궈원구이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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