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비리 복마전' 전락한 금감원 쇄신 시급하다

입력 2017-09-20 18:50  

[연합시론] '비리 복마전' 전락한 금감원 쇄신 시급하다

(서울=연합뉴스) 금융감독원에서 지난 3년간 방만 경영, 부당채용, 주식 차명 거래, 음주 운전 등 총 52건의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14년 이후 지금까지 금감원의 업무 전반에 대한 기관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하고 이런 행위에 연루된 임직원 28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지난 3월 현재 금감원 전 직원 1천927명 중 1~3급 고위 직원이 45.2%로 절반에 육박했다. 또 1·2급 직원 중 63명이 무보직 상태에서 팀원 등으로 일하는 것이 드러났다. 무보직 간부들은 하위직급 직원들과 동일하게 감독·검사 업무를 하면서 연간 급여는 이들보다 훨씬 많은 1억3천만~1억4천만 원이나 수령했다. 금감원의 보직자가 전 직원의 20.6%인 반면 292개 팀의 팀원 평균은 3.9명에 불과한 사실도 밝혀졌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적정 관리직 비율 9%, 평균 팀원 수 15명을 훨씬 초과한 것이다. 이런 방만 경영은 금감원이 1999년 설립 후 지금까지 과다한 상위직급 인력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사에서는 2016년 5급 신입 채용 당시 총무국장이 지인으로부터 지원자 합격문의를 받은 뒤 필기전형 합격자를 부당하게 6명이나 늘리고, 이 중 3명을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하게 하는 등 총 3건의 부당채용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부당채용을 주도한 총무국장을 포함, 4명에 대해서는 면직 등 중징계를 금감원장에게 요구하고 다른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의 문책을 요구했다. 특히 이 중 3명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앞서 김수일 전 금감원 부원장은 2014년 6월 변호사 경력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이자 로스쿨 출신인 임모 씨가 채용되도록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자 사직하기도 했다.



또 최근 5년간 기업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한 금감원 임직원 138명 중 50명이 규정에 어긋난 주식 거래를 한 것도 확인됐다. 이 중 2명은 차명 계좌로 주식 거래를 했고 16명은 금융투자 상품 매매를 위한 계좌 및 매매 내역을 신고하지 않았다. 또 32명은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도 이를 금감원에 알리지 않았다. 금융사에 대한 전반적 감독을 벌이는 기관의 임직원들이 도를 넘은 일탈을 한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은 차명 계좌로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한 2명은 지난 5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금융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23명에 대한 수사참고 자료도 검찰에 송부했다. 금감원 직원 12명이 음주 운전으로 기소되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감사로 '금융계 검찰'로 불리던 금감원이 '비리 복마전' 조직으로 추락했다. 금감원은 업무 성격으로 보면 공공기관이지만 형태로는 민간기구여서 '반관반민' 성격을 띤다. 금감원의 운용 예산도 감독대상인 금융회사로부터 걷는 분담금으로 대부분 충당된다고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금감원은 통제는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권한은 막강하게 휘두르는 기형적 조직이 돼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국은 금감원을 더욱 확실하게 감독·통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감원 임직원들도 업무 수행에서 고도의 준법정신과 윤리의식을 필요로 하는 만큼 통절한 반성과 함께 청렴의식을 가다듬어야 한다. 관료 출신이 이끌어온 금감원에서 민간 출신으로는 최초로 수장에 오른 최흥식 원장은 나락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직과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