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오픈 '깜짝 스타' 혼 "한국서 첫 승리…오기를 잘했죠"

입력 2017-09-21 07:06  

코리아오픈 '깜짝 스타' 혼 "한국서 첫 승리…오기를 잘했죠"

기량과 외모 겸비한 홍콩계 호주 선수…친절한 매너로도 '인기'

음식 등 한국 느낌 좋아 코치 없이 혼자 출전한 19세 유망주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아, 그 호주 선수요? 벌써 인기가 대단하던데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진행 중인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총상금 25만 달러)은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 옐레나 오스타펜코(10위·라트비아)에게 언론이나 팬들의 관심이 집중돼있다.

물론 20일 낮에 열린 오스타펜코의 코트 연습에도 100여 명의 팬이 몰릴 정도로 이 대회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오스타펜코다.

하지만 직접 대회장을 찾은 관객들 사이에서는 접근이 쉽지 않은 오스타펜코보다 소라나 크르스테아(52위·루마니아)나 프리실라 혼(308위·호주)처럼 기량과 미모, 친절한 매너를 두루 겸비한 선수들의 팬이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혼에 관해 물어보자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벌써 그 선수 팬들이 꽤 생겼더라"며 '깜짝 스타'의 탄생에 기대감을 내비치는 모습이었다.

올해 19살 '신예' 혼은 예선 2연승에 이어 단식 본선 1회전까지 승리로 장식하며 한국과 좋은 인연을 맺었다.

20일 연습을 마치고 만난 혼은 "주니어 때 한국에 한 번 왔었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발음도 정확하게 "비빔밥"을 외치고는 까르르 웃었다.

혼은 이전 한국 방문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는데 기록을 찾아보니 14살 때인 2012년이었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 그는 WTA 투어 대회 단식 본선 첫 승을 따내 이번 방한은 그의 기억에 더욱 확실히 남게 됐다.






사실 이번 대회 예선에 나온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세계 랭킹이 300위대라 예선부터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또 9월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대개 한국과 중국, 일본을 돌며 2, 3개 대회를 연달아 나가는 일정을 짜기 마련이지만 혼은 "이 대회만 하고 다시 집(호주 브리즈번)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코치나 에이전트, 부모도 동행하지 않고 혼자서 가방 하나 둘러메고 한국을 찾은 그로서는 자칫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예선 한 경기만 뛰고 호주로 돌아갈 판이었다.

혼에게 호주에서 한국까지 먼 거리를 혼자 찾은 특별한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지난번에 왔을 때 음식 등 느낌이 좋아서 다시 와보고 싶었다"며 "이번 코리아오픈은 대회 조직도 잘 돼 있고 숙소도 훌륭해서 정말 오기를 잘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키 172㎝인 혼은 자신의 강점으로 서브를 꼽았고, 보완해야 할 점으로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꼽으라면 정신력"이라고 답했다.

홍콩 출신 부모를 둔 홍콩계 호주인인 그에게 '혹시 한자로 된 이름이 있지 않으냐'고 묻자 "있기는 한데 써본 지가 오래돼서 제대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한문을 '그리기' 시작했다.

'天我(천아)'와 비슷한 한자를 적어놓고는 "아마 틀린 글자일 것"이라며 쑥스러워한 그는 "발음은 '틴위'라고 읽는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호주 선수 중에서는 랭킹 9위에 해당하는 혼은 데스티니 아이아바(17·151위), 리젯 카브레라(19·153위)와 함께 '유망주 트리오'로 꼽힌다.

나이키와 헤드 등의 후원을 받는 그는 "로저 페더러의 네트 플레이 등 그의 경기 스타일을 본받고 싶다"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겠다고 다짐했다.

투어 대회 첫 승의 기쁨을 누린 올해 코리아오픈 목표를 묻자 그는 "한 경기는 더 이기고 싶다"며 "4강까지 가면 좋겠지만 우선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한국 팬들과 더 오래 만나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1회전에서 카롤리나 무코바(262위·체코)를 꺾은 혼은 21일 단식 2회전에서 아란차 뤼스(143위·네덜란드)와 8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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