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1867년 영국 정치가 조지 캐닝의 동상이 영국 런던 의회광장으로 옮겨진 이래 영국 의회광장에 처음으로 여성의 동상이 들어선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운동을 50여년간 이끌었던 여성 운동가 밀리센트 개럿 포셋(1847∼1929)의 동상이 내년 의회광장에 들어선다고 보도했다.
캐닝의 동상이 의회광장에 들어선 이후 에이브러햄 링컨, 윈스턴 처칠과 가장 최근에는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 전 대통령까지 영국을 비롯해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유명 인사 10명의 동상이 더 세워졌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런던시 당국은 지난 4월 밀리센트 포셋의 동상을 의회광장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런던시는 영국 여성 현대미술가 질리언 웨어링에게 동상 제작 작업을 맡겼고 이날 웨어링은 동상의 도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포셋의 동상은 그가 1913년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며 달리던 국왕의 경주마 앞에 몸을 던진 에밀리 데이비드슨을 추모하는 연설에서 말한 "용기가 모든 곳의 용기를 촉구한다"(Courage calls to courage everywhere)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완성된 동상은 영국의 여성 참정권 인정 100주년을 맞는 내년 2월 6일 제막된다.
100년 전 이날 도입된 개정 선거법에 따라 30세 이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영국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이 법이 도입되면서 당시 영국 유권자 수는 770만명에서 2천140만명으로 3배가량 늘었고 여성 유권자가 43%에 이르렀다.
포셋은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전국여성참정권연합(NUWSS)을 설립했고 교육운동에도 앞장서 여자대학인 케임브리지대학 뉴넘칼리지 설립에도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포셋은 1925년 영국 왕실로부터 남성의 '경'(Sir)에 해당하는 '데임'(Dame) 작위를 받았다.
의회광장에 포셋의 동상 제막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주도한 캐롤라인 크리아도-페레즈는 "우리는 지루하지만 절대 중요성이 덜하지 않은 로비, 청원, 설득 등의 작업을 뒤에서 묵묵히 수행한 여성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역사에서 밀리센트를 되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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