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중화 사업 8건 중 3건 취소…지난해도 4건 무산
인천시 "예산 투입 법적 근거 미약·시 재정 어렵다" 지원 난색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지역 곳곳의 전신주가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지만, 전신주 매설사업인 '지중화 사업'은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22일 한국전력공사 인천본부에 따르면 올해 인천지역에서 추진하려던 지중화 사업 8건 가운데 3건이 취소됐다.
사업이 취소된 곳은 남동구 인주대로(길병원 사거리∼작은 구월사거리) 1.2㎞ 구간(사업비 27억원), 동구 동구 화도진로 600m 구간(사업비 30억9천만원), 중구 차이나타운 51번 길 700m 구간(사업비 5억8천만원)이다.
동구 화도진로 지중화 사업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인 동인천 르네상스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어 예산 중복 투입이 예상돼 취소됐지만, 나머지 2곳은 예산 부족으로 무산됐다.
동구는 화도진로 지중화 사업을 취소한 대신 내년에 동구 수문통로 700m 구간(사업비 13억원)에 지중화 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지중화 사업은 지하 하수관로 등 상황을 고려해 전선뿐 아니라 통신선로 등을 모두 매설하는 작업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초단체로서는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며 예산 상황을 고려한 사업 추진을 밝혔다.
남동구 구월동에 거주하는 A(37)씨는 "큰 대로변 곳곳에 전신주가 있어 지저분하고, 일부 전신주는 기울어져 안전사고도 우려된다"며 불만스러워 했다.
지중화는 한전이 사업비 50%, 해당 지방자치단체(시·군·구)가 나머지 50%를 부담해 벌이는 사업이다.
남동구는 지난해 인주대로 1.2㎞ 구간을 지중화하기로 하고 예산을 마련해 한전의 사업 심의까지 거쳤지만, 인천시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사업을 취소했다.
구의 한 관계자는 "인주대로는 폭 20m, 8차선로라서 인천시가 관리하는 구간"이라며 구에서 비용 모두를 떠안고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예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한 데다, 시 재정도 어려워 예산을 투입하지 못했다"며 "과거 상황이 좋았을 때는 도시미관에 관심을 두고 예산을 투입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어려워진 지금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남동구는 인주대로 지중화를 내년도 사업으로 재신청했지만, 인천시의 지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추진한 인천지역의 지중화 사업은 총 10건으로 이 중 4건이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올해 인천지역 지중화율(지난달 기준)은 영종도·옹진군 북도면이 81.01%로 가장 높다. 연수·남동구(69.26%), 남·동·중구(38.49%), 부평·계양구(38.19%), 서구(37.61%), 백령·대청면(3.96%), 강화군(1.69%)이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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