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주유소가 되레 비싸…하이패스 요금할인도 폐지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경기도 수원시 국도 1호선 옆에 있는 한 셀프주유소가 20일 오후 게시한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579원, 경유는 ℓ당 1천399원이었다.
반면 이곳으로부터 수백m 떨어진 역시 국도 1호선 옆 같은 정유사의 일반 주유소는 같은 시각 보통휘발유는 ℓ당 1천488원, 경유는 ℓ당 1천258원을 받고 있었다.
셀프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일반 주유소보다 오히려 비싸다.
'셀프주유소니까 당연히 기름값이 싸겠지'라는 운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주유소가 매기는 가격은 위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과거 일반주유소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ℓ당 100∼200원 쌌던 셀프주유소의 메리트는 최근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셀프주유소가 인근 일반주유소보다 비싼 곳도 적지 않다.
한 주유소 사장은 "주유소의 가격은 업주가 위치와 경영 수지 등을 고려해 각자 결정하기 나름이다. 셀프와 일반을 구분해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셀프주유소가 일반주유소보다 비싼 곳도 많고, 싼 곳도 많다"고 말했다.
다른 주유소 사장은 "셀프주유소의 경우 주유기도 일반주유소보다 훨씬 비싸고, 관리도 힘들어 오히려 가격이 비싸야 한다"며 "셀프이기 때문에 쌀 것이라는 소비자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번거로운데도 내가 직접 주유하는 것은 휘발유 가격 등이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 아니겠나"라며 "주유원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으니 일반 주유소보다 싸야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이같이 '셀프의 메리트'가 실종된 데 대한 불만 사례는 또 있다.
수원의 한 대형 마트는 몇 년 전부터 고객들이 직접 계산하고 결제도 하는 별도의 셀프계산대를 설치, 운영 중이다.
이 마트는 소액 구매 고객들이 일반 계산대에서 오래 기다리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셀프계산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셀프계산대가 고객들로부터 점차 외면받고 있다.
한 고객은 "셀프계산대에서 스스로 계산을 하다 보면 기기 다루기도 어렵고, 자주 오류가 발생해 결국 옆에 있는 직원을 부르게 된다"며 "요즘에는 이 셀프계산대 이용이 불편할 뿐 아니라 어떤 경우 시간도 더 걸리고 특별한 혜택도 없어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셀프계산대 이용객에게 회원 적립 포인트를 더 주든지 해야 이용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고속도로 하이패스와 통행료 무인정산 톨게이트도 요금수납 직원 없이 기계가 원격으로 정산하거나 운전자들이 직접 정산을 하지만 별도의 혜택은 없다.
하이패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2005년 12월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하이패스 이용 차량 한시 할인 제도는 2012년 7월 폐지됐다.
할인 당시 하이패스 이용 차량은 통행요금의 5%를 상시 할인받았다.
요금 무인정산 수납기를 설치한 전국 41개 소규모 톨게이트도 운전자가 통행권을 수납기에 넣고 카드나 현금으로 통행료를 계산한다.
그러나 이 무인수납기를 놓고서도 조작이 불편하고 기기 오류 등이 발생하면 추돌사고 위험까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운전자는 "하이패스 단말기 부착이 보편화하고 요금소 통과가 빠르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로 인해 도로공사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데도 비싼 단말기를 자비로 구입한 이용자들에게 주던 혜택을 없애 아쉽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하이패스 시스템이나 무인정산 시스템 구축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비도 들어가 요금할인 혜택을 주기는 현실적으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한 뒤 "통행료 무인정산 시스템의 경우 운전자들의 불만이 많아 2015년 이후 추가 설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식당 등에서도 셀프서비스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셀프'의 혜택이 없거나 점차 사라지는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셀프'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운영 주체들의 수익만 올리는 수단이 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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