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금융시장에 풀었던 유동성을 본격적으로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4조5천억 달러(약 5천78조 원)에 달하는 보유자산을 다음 달부터 매달 100억 달러씩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준금리는 현재 1.00~1.25%에서 동결했으나 12월 등 연내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유지했다. 경기회복을 자신하며 긴축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해가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잘 분석하고 대비하는 우리 당국의 노력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우리 금융시장은 일단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시사는 예견된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과 자산축소 계획은 시장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한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 강화 행보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자산 축소는 긴축 효과 때문에 사실상 장기 금리 상승을 의미한다. 한미 간 금리 균형 측면에서도 연준의 이번 결정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그 시기에 관한 고민을 더할 것 같다.
미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한국의 시장금리가 오를 경우 9월 중순 현재 1천400조 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구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에서 이미 '시한폭탄'으로 부상했으며,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악재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 상승 등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차주의 부채는 지난 6월 말 현재 80조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취약 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 7~10등급)이나 저소득(하위 30%)에 해당하는 차주를 말한다. 다음 달 추석 연휴 이후 발표될 정부의 가계부채종합대책이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준이 연말에 금리를 올리면 현재 상단이 동일한 수준인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 국내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한미 기준금리 역전기(2005년 8월~2007년 8월)에 국내 증권시장에서 19조7천억 원의 외국인 자금이 실제로 빠져나간 바 있다. 안 그래도 지난달에는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3조7천억 원이 유출된 상황이다.
미 연준의 긴축 강화는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우리 금융시장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연준의 이번 결정이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 따른 것이라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에 이미 반영돼 있어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국내 금리 상승 여부와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산업적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 등을 살펴 적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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