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앞서 기자들 질문에 침묵
(유엔본부=연합뉴스) 이귀원 이준서 특파원 =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1일(현지시간)에는 말을 아꼈다.
전날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 등 고강도 발언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총회 기조연설을 겨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리 외무상은 숙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공격했다. 리 외무상은 질문도 하기 전에 이런 원색적인 비난을 자청해 사전 준비된 작심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10분께 숙소인 뉴욕 유엔본부 앞 호텔을 나서면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꾸하지 않은 채 차량에 올라 모처로 향했다.
하지만 행선지가 유엔총회장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전 9시 45분께부터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했지만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 대사도 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 대사는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 땐 연설 직전 총회장을 박차고 나갔었다.
이에 앞서 리 외무상은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하며 유엔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 연설 때 북측은 실무진 2~3명만 총회장 맨 앞자리에 앉아 지켜보면서 메모를 하는 모습이었다.
리 외무상은 당초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유엔이 공개한 22일 기조연설 명단에는 빠져 있어 리 외무상의 연설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은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핵ㆍ미사일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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