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종청소' 비난이 거센 가운데 중국이 홀로 '인도주의 원조'를 제공하며 미얀마 정부를 비호하고 나섰다.
22일 관영 신화통신은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이 전날 미얀마 양곤의 적십자사에 라카인주의 '테러 공격으로 살 곳을 잃은 민간인'을 지원하는데 써달라며 원조 물품을 제공했다.
원조 대상을 로힝야족 난민으로 특정하지 않은 채 로힝야족 반군단체의 무장공격으로 피해를 본 미얀마 민간인들을 에둘러 강조한 내용이다.
통신은 또 미얀마 정부 통계를 인용해 8월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의 첫 공격 이후 라카인주 북부에서 모두 97차례의 습격 사건이 발생해 보안부대원, 정부 당국자, 민간인 30여명이 숨졌고 수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0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얀마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특히 로힝야 반군 소탕전에 나선 미얀마군의 작전을 '안보를 지키기 위한 활동'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은 자체적인 방식으로 (미얀마의) 평화 논의를 촉진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로힝야 반군의 습격을 빌미로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내쫓으며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서방의 주장과 대조를 이룬다.
이와 관련, BBC 중문판은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로버트 로런스 쿤을 인용해 중국이 로힝야 난민 사태에서 미얀마 정부를 두둔하는 세가지 이유를 꼽았다.
먼저 위구르나 티베트족 등 중국이 갖고 있는 소수민족 문제로 중국은 이번 사태로 인해 타국의 소수민족 문제가 자국 문제로 전이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소수민족 문제에 대한 발언권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한다.
쿤은 두번째 이유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여러 국가와 관계가 악화하면서 아세안 회원국인 미얀마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꼽았다.
쿤은 또 미얀마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이번 사태가 발생한 미얀마 서부의 라카인주는 중국이 말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으로 향하는 중요 통로이자 일대일로에 따른 송유관과 차우크퓨 항만 건설이 추진되는 곳이다.
장쉐강(張學剛)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학원 동남아·오세아니아 연구소 부소장도 "로힝야족 문제에서 중국은 미얀마 정부 비판에 동의하지 않고 더 나아가 대립을 격화시키는 조치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이는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신고립주의 노선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내 영향력이 점차 쇠퇴해가면서 중국이 미얀마의 외교정책에서 갖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에서 뿐만 아니라 소수민족 문제에서도 중국의 개입과 중재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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