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진단서 바가지요금 잡겠다더니'…복지부 맹탕기준 논란

입력 2017-09-24 06:07  

'병원진단서 바가지요금 잡겠다더니'…복지부 맹탕기준 논란

병원 제증명 발급수수료 상한선 정했지만 처벌규정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 부담을 낮추겠다며 진단서 등 의료기관이 발급하는 여러 가지 증명수수료의 상한 금액을 정한 기준이 도입됐지만, 병·의원이 이를 어기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할 규정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개정 의료법에 따라 정부는 '의료기관의 제증명 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을 고시하고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이 기준에서 모든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나 진료기록 사본 등 제증명서 30종의 수수료 상한 금액을 정했다.

이를테면 일반진단서와 건강 진단서는 2만원, 사망 진단서는 1만원, 후유장애진단서는 10만원 등이다.

의료기관의 장은 이렇게 정해진 발급수수료를 상한 금액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고지·게시해야 한다.

제증명수수료는 그간 의료기관이 맘대로 정해서 같은 증명서도 의료기관마다 가격이 제각각이어서 국민의 불만이 컸다. 영문 진단서의 경우 최저 1천원에서 최고 20만원까지 최대 200배 차이가 나기도 했다.

복지부는 기준 고시 전 행정예고 기간에 의사단체의 요구에 밀려 애초 일반진단서 발급수수료 상한 금액을 애초 원안 1만원에서 최종 2만원으로 올려주는 등 몇몇 증명서의 상한액을 상향 조정해 의사단체의 의견을 지나치게 수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정부가 정한 상한 금액 기준을 의료기관이 지키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이 기준 고시와 관련해서 내놓은 보도설명자료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상한 금액을 초과해서 제증명 발급수수료를 받더라도 법적 제재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증명수수료 상한 금액 기준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위반하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모법인 의료법 자체에 의료기관이 상한 금액 기준을 어기고 더 많은 수수료를 받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에 행정처분(시정명령)이나 업무정지 등의 법적 제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환자한테서 자율적으로 받는 제증명수수료 비용을 게시하고, 게시한 금액을 초과해서 받을 수 없게만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상한 금액 기준 초과 금액을 게시해서 받더라도 위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도 회원들에게 정부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수수료 상한액 게재가 핵심으로, 상한 금액 기준 미만으로 받는 게 좋지만, 상한액 이상을 받는다고 다른 법적제재를 받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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