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례 "적십자 회장, 재난상황 인식 안일해 부적절 인사"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지난 7월 충북 지역의 최악의 물난리를 겪을 당시 대한적십자사 간부가 스크린골프에 몰두하면서 재난구호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간부는 이 일로 총리실의 문책을 받았지만, 정작 적십자사는 그를 산하 기관장으로 인사발령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24일 국회 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에 따르면 청주시 등 충북 일대에 300㎜ 규모 '물폭탄' 호우가 덮친 지난 7월16일 적십자사 본사 소속 A 재난안전국장은 전현직 간부 6명과 경기 화성시에서 스크린골프 회동을 했다.
당시 적십자사 충북지사는 오전 9시 청주시에 호우경보가 발령되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재난구호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재난시 구호작업을 총괄할 임무가 있는 A 국장은 스크린골프를 하던 도중 충북지사로부터 이같은 상황을 보고받았지만, 본사 차원의 대응을 강구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귀가했다.
A 국장은 당일 밤 8시24분이 돼서야 구호상황을 다시 확인한 뒤 본사 사무총장 등에 보고했다.
김순례 의원은 "당시 적십자사 본사 차원에서 구호활동 상황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보고한 시점은 7월16일 밤 10시18분으로, 시간이 상당히 지체됐다"고 지적했다.
보고가 늦어지면서 본사에서는 호우 당일 긴급재난구호대책본부조차 꾸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당시 6개 시도에 걸친 재해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북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지사(인천, 대전세종, 경기, 충남, 경북)에서도 대책본부를 제때 설치하지 못했다.
이같은 문제를 파악한 국무총리실은 적십자사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충북지역 수해로 관할 지사가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재난 상황에서 A 국장의 안이한 상황인식으로 본사 차원의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 국장은 적십자사 내부에서 아무런 문책을 받지 않았으며, 지난 15일 오히려 대전·세종·충남혈액원장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순례 의원은 "지난 7월 최악의 폭우로 재난상황에 처한 국민을 뒤로 한 채 스크린골프를 치는 등 직무유기한 직원들에 대해 내부 감사는커녕 오히려 영전인사를 시행한 것은 적십자사 회장이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 관계자는 "별도 문책은 없었지만, A 국장이 발령난 소속기관장과 기존 본서 부서장의 직급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이번 인사발령을 영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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