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수도' 락까 3년9개월만에 '해방'…'칼리프國' 망상 소멸단계

입력 2017-10-17 22:25  

'IS 수도' 락까 3년9개월만에 '해방'…'칼리프國' 망상 소멸단계

공포정치·소수민족 학살·국제테러로 세계적 악명 떨친 뒤 몰락

"지속적 영토 상실로 확장동력 꺼져"…수뇌부 시리아·이라크 국경서 저항 준비

본거지 게릴라전·해외 테러 선동으로 명맥은 유지할 듯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국가를 참칭하며 공포지배로 주민을 억압하고 국외에서는 테러조직의 대명사가 된 '이슬람국가'(IS)가 '수도' 시리아 락까에서 17일(현지시간) 쫓겨났다.

2014년 1월 락까를 완전히 장악한 지 3년 9개월 만이다.

IS는 2014년 초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북부 지역의 대도시와 고대도시, 유전지대 등을 잇달아 장악, 점령지를 확대하고 기세를 떨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종전의 여느 무장조직과 달리 IS는 신정일치 '칼리프국가'를 선포한 뒤 화폐를 발행하고 조세를 부과하는 등 주권국가 흉내를 냈다.

특히 IS가 락까를 수도로 선포하자 '칼리프국 이상향이 실현됐다'는 선전에 현혹된 세계 각지 무슬림이 시리아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불법 점령지에서 엄격한 교리를 강요하며 지역 주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감금과 고문에 공개처형을 단행한 공포정치는 일말의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납치와 살해를 일삼고 이를 과시하며 소수민족을 성노예로 삼는 만행과 포악함으로 중동 수니파 국가와 공동체에서도 악명을 얻었다.

IS 발호로 시리아·이라크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집을 잃고 난민 신세로 떠돌며 고초를 겪었다.

서방에서는 IS 조직원이나 자생 테러범이 파리 동시다발 테러나 벨기에 브뤼셀 공항 테러를 일으키며 전 세계를 충격과 분노에 빠트렸다.






기세등등하던 IS는 2015년 하반기 미국 주도로 국제동맹군이 본격적인 격퇴전(작전명, Operation Inherent Resolve)을 전개하면서 물리적 기반이 점차 축소됐다.

올해 7월 경제 중심지 모술에서 패퇴해 결정타를 입은 데다 이날 '수도' 구실을 한 락까를 상실함에 따라 '국가'로서 기반이 사실상 붕괴했다. 도시 전체를 장악한 근거지라 할 만한 곳은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지대 몇 곳만 남았다.

공포와 테러를 수단으로 칼리프국가를 세우려는 망상이 사실상 물거품 된 것이다.

군사·행정 수뇌부는 이미 수도를 포기하고 최후 근거지로 꼽히는 유프라테스 중류 계곡 일대 알부카말(시리아)과 알카임(이라크)으로 후퇴했다.

실질적 영토를 대부분 상실한 IS는 유프라테스 중류에서 최후 근거지를 사수하기 위해 저항하는 한편 다른 주변 지역에서는 여느 무장조직과 마찬가지로 게릴라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등 지부 조직은 독자적으로 활동하되 IS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신디케이트 형태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나이지리아의 악명 높은 무장단체 '보코하람', 이집트의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 알제리의 '알무라비툰' 등 지부 조직이 여전히 건재하다. 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에도 IS 연대 조직이 있다.






점령지와 조직원 같은 물리적 실체가 소멸해도 이데올로기 또는 프로젝트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고 국제사회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유럽 등 각지에서 공격을 늘리기 위해 현지의 권한을 강화한 '분권형'으로 조직을 이미 재편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칼리프국가 수립을 이상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는 동력은 완전히 꺼졌다.

비영리 기구 국제위기그룹(ICC)의 IS 전문가인 리처드 앳우드는 최근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에 "IS '브랜드'는 점령지 확장과 칼리프국가 체계 유지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그 실체가 사라진다면 IS는 조직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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