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수돗물 납 오염 사태를 겪은 미국 미시간 주 플린트 시에서 해당 기간 임신율 저하와 태아사망률 급증 현상이 빚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캔자스대학 보건경제학과 데이비드 슬러스키 교수와 웨스트버지니아대학 대니얼 그로스먼 교수는 전날 공개한 논문 초안에서 "플린트 시 주민들이 납에 오염된 수돗물을 마시기 시작한 2014년 4월 이후 플린트 시 여성들의 임신율이 미시간 주 다른 도시 여성들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태아사망률은 치솟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8~2015년 플린트 시와 도시 규모 및 경제적 여건이 유사한 미시간 주 15개 주요 도시의 관련 통계자료를 비교 검토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로스먼 교수는 "플린트 시가 수원지를 변경하기 이전과 수돗물 사태 발발 이후의 임신율을 비교한 결과, 플린트 시 여성들의 임신율은 12% 떨어진 반면 다른 도시들에서는 변화가 없었다"며 "수원지 변경 이후 플린트 시 태아사망률은 무려 58%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아 성장 이상, 임신기간 단축, 신생아 체중 감소 현상도 발견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납 수돗물 사태가 아니었다면 플린트 시에서 2013년 11월부터 2015년 3월 사이 임신된 아기 198명~276명이 더 태어났을 것"이라며 "미시간 주는 임신 20주가 지난 후 유산된 태아만 통계에 넣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추정했다.
플린트 시는 휴런호 물을 끌어쓰는 디트로이트에서 상수원을 공급받다가 예산 절감을 이유로 2014년 4월부터 공업용수로 쓰이던 플린트 강물을 취수원으로 바꾼 후 수도관 부식이 촉진돼 납 오염 사태를 맞았다. 주민들은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고 피부에 발진이 생기는 등의 고충을 토로했으나 당국은 1년 6개월간 안전하다는 주장을 고집하며 오염된 수돗물 사용을 중단하지 않았고, 결국 3천 명의 어린이가 납중독 또는 중금속 오염에 의한 질병을 앓는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사태가 표면화됐다.
납에 취약한 대상은 태아와 어린이이며, 신경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산부가 납에 노출될 경우 태아의 신경계가 손상을 입거나 유산과 사산을 일으킬 수 있고, 남·여성 모두에게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 일부 여성들은 인공적인 유산을 목적으로 납을 섭취했다"면서 "납 중독은 인지능력 결여와 행동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고, 뇌·신장·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이번 플린트 시 수돗물 납 오염 사태의 장기적 영향과 부작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안긴 이 사건 이후 미시간 주정부와 시정부 공무원 15명이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플린트 시는 부식된 수도관에 인산염 피막처리를 하고 2015년 10월부터 다시 디트로이트 상수도 시스템에서 상수원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미시간 주는 올초, 플린트 시의 노후 수도관 1만8천 개를 2020년까지 모두 교체하기로 하고 공사비 중 8천700만 달러(970억 원)를 미시간 주정부가 부담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그외 3천만 달러는 연방 환경청 지원기금에서 충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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