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만3천 번 넘게 화재진압에 참여했다 뇌 질환을 얻은 베테랑소방관이 수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24일 소방청과 법무법인 태평양에 따르면 소방관 이모씨는 2004년 갑자기 쓰러지면서 뇌 질환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후로도 소방관 업무를 이어갔다.
이씨는 2003년 대구에서 발생한 지하철 화재 진압에 참여하는 등 온갖 재난현장에 1만3천여 차례나 투입됐던 소방관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2013∼14년 뇌 질환이 심해지자 퇴직을 결심했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치료비 명목으로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씨가 걸린 '소뇌위축증'은 본인의 유전적 요인에 따른 것인지 소방관 업무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게 공단의 입장이었다.
막대한 치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이씨는 법원에 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1, 2심 모두 업무 인과관계보다는 유전적 요인에 따른 발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일 이씨 질환이 유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화재현장에서 노출되는 독성물질이나 산소부족, 열 등이 축적될 경우 발병이 촉진되거나 진행이 악화될 수 있다는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의 증언 등을 토대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김 교수는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과 함께 재난현장의 유해물질 노출 등과 관련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법무법인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위원장 노영보)는 2심부터 무료로 이씨 소송을 맡아 법률적 지원을 했고, 사실상의 승소라는 값진 결과를 끌어냈다.
edd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