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와 결승에서 30점 폭발…프로배구 컵대회 MVP 선정
(천안=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은 지난 5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드래프트에서 펠리페 알톤 반데로(29·브라질)를 선택했다.
예상 밖 지명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사전 인터뷰에서 남자부 감독 중 펠리페를 높게 평가한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펠리페의 지명은 이번 트라이아웃&드래프트에서 가장 큰 이변으로 꼽혔으나 결과적으로는 한국전력의 선견지명이 옳았다는 점이 증명됐다.
'브라질산 폭격기' 펠리페가 한국전력을 컵대회 정상으로 이끌었다.
한국전력은 23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1로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결승전의 주인공은 펠리페였다. 펠리페는 서브로만 6점을 올리는 등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0점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공격 성공률은 60.52%, 범실은 6개에 불과했다.
특히 펠리페는 결정적인 순간 존재감을 뽐냈다.
1세트 한국전력은 12-14로 뒤졌으나 서브 에이스 3개를 터트린 펠리페를 앞세워 17-14로 전세를 뒤집으며 첫 세트를 따냈다.
3세트 23-23에서는 서브 에이스로 결정적인 득점을 팀에 안겼고, 결국 한국전력은 3∼4세트를 내리 따내고 정상에 올랐다.
펠리페는 굳이 주목하지 않아도 독특한 머리 모양과 화려한 문신으로 눈에 확 띄는 선수다.
그는 외모 못지않은 돋보이는 기량으로 다가올 V리그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기쁨까지 누린 펠리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8월 초부터 하동에 내려가 지리산 종주를 하는 등 힘들게 훈련했는데, 이렇게 여기 이 자리에 오게 돼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은 펠리페를 "팀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특히 그의 밝은 에너지에 주목했다.
펠리페는 이에 대해 "우리의 삶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어서 좋은 기운을 팀 동료들에게 전해주고, 팀원들도 내게 그런다면 더 좋은 팀은 물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게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펠리페에게 보완해야 할 점으로 체력을 꼽았다.
펠리페는 "체력 더 키우려면 한국 음식 더 먹어야 할 것 같다. 제육볶음을 밥과 같이 먹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로 "좋아! 좋아!"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독특한 머리 모양을 한 펠리페는 "머리 관리 어렵다. 징크스는 아니다. 2년간 해왔다. 주 2회 머리 감고 한 달에 한 번씩 미용실에서 손질해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베테랑 센터 윤봉우와 가장 친하다는 펠리페는 국내 리그의 수준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플레이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100% 이상을 쏟아붓지 않으면 점수 내기 쉽지 않은 리그"라며 "사실 첫 경기 때는 잘했지만 두 번째 경기는 그렇지 못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집중해야만 잘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리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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