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군대는 어떻게 공생관계가 됐나

입력 2017-09-25 07:00   수정 2017-09-25 08:52

종교와 군대는 어떻게 공생관계가 됐나

신간 '종교와 군대-군종, 황금어장의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공관병 갑질'로 구설에 오른 육군 박찬주 대장은 지난해 6월 한 연설에서 초코파이로 국민 3천700만명을 기독교인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병사들이) 기천불(기독교·천주교·불교) 중 초코파이 하나 더 주는 데로 간다. 초코파이가 정말 생명의 '만나'(구약성서의 기적의 음식)라고 생각한다"면서 군 복음화로 기독교 교세 정체를 돌파하겠다고 다짐했다.

평화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종교가 언제부터 군대와 손을 잡았을까.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강인철은 신간 '종교와 군대'에서 군종 제도의 기원을 추적하고 어두운 단면을 파헤친다.

한국이 군종 제도를 '수입'한 건 한국전쟁 무렵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 선교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1950년 12월 21일 그리스도교(개신교·가톨릭)에 한해 군종 제도 실시를 지시했다. 당시 남한에서 그리스도교 인구는 총인구의 5%에 불과했음에도 정부의 특혜 덕분에 군종을 독점한 것이다. 이 독점 체제는 1968년 불교가 군종에 진입하며 깨졌지만 이후 군대 내에서 종교 간 교세 확장을 위한 경쟁은 더욱 거세진다.

이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종교가 국가를 견제할 여지는 점차 줄어들었다고 분석한다. 군대가 적은 비용으로 청년 신자를 끌어오는 포교의 '금광'으로만 여겨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무비판적이고 도구주의적인 태도의 결과가 종교의 반공주의와 군사정권에 대한 지지 선언이다.

책은 최순실 씨의 아버지 최태민 씨가 1975년 '구국십자군'을 창설하고 개신교 목사들을 군부대에 단기 입소시켜 군사훈련을 시켰다고 지적했다. 1975년 6월 21일 열린 구국십자군 창군식에는 당시 구국선교단 명예총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참석해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나라와 민족, 자유세계를 지키는 초석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1980년대에는 군종장교들이 이념교육 교관으로 직접 투입되는가 하면 휴전선 인근에서 대북방송을 하는 등 심리전 요원으로 동원됐다. 장병의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치어리더 역할을 맡고, 종교지도자들이 전방 시찰을 할 때 군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저자는 "한국 군종들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직접 겪었음에도 민간인학살 등 추악한 측면을 외면했다"며 "한국군의 전쟁범죄 행위를 군종이 고발한 사례는 전무하며, 최근까지도 병영 내 인권침해를 공론화하는 데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결국 군종이 종교자유·정교분리의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제도가 아니냐고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종교와 군대가 유착 고리를 깨뜨리고 본질적인 긴장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성찰의 출발점으로 삼자고 제안한다.

현실문화. 368쪽. 2만원.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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