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 구축함 충돌사고는 '지친 수병·훈련 부족·과다 임무가 원인'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는 대북 방어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 태평양함대의 일련의 충돌사고가 태평양함대의 임무수행 여력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 예하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가 일본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선적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승조원 7명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제7함대 소속 또 다른 이지스 구축함인 '존 S. 매케인'이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과 충돌, 수병 10명이 사망했다.
앞서 1월에는 제7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 앤티텀이 일본 도쿄만에서 좌초해 선체가 파손됐고, 5월에는 순양함인 레이크 채플레인 함이 한반도 작전 도중 소형 어선과 충돌했다.
이로 인해 장성 2명을 포함해 고위 지휘관 최소 6명이 파면됐다.
피츠제럴드함과 매케인함 모두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이 벌인 자유항행 작전에 투입된 것을 고려해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일었다.
하지만 지난주 미 상원의원들은 지친 승조원들, 훈련 부족, 너무 많은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적은 수의 함정 등이 사고 원인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은 수면 부족과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살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상원의원들에게 보고했다.
이에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난 3년간 치명적인 훈련 사고가 우리 적들이 전투에서 잃는 수보다 네 배나 많은 승조원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호통쳤다.
퇴역 해군 장교로 '샐러맨더 사령관'이라는 필명을 쓰는 저명한 평론가는 "미 해군이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일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선박조종술에서는 가장 숙련된 해군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 해군은 지난 99년래 가장 작은 규모로, 276척의 함정들로 355척이 감당할 수 있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해군 제독들은 말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2003년 미 해군은 초급 장교들 대상 6개월 기본항행훈련 기간을 단축하고 대신 CD 21개를 제공하고 남은 시간을 실지훈련으로 대체했다.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일부 장교가 함을 지휘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피츠제럴드함에서 근무했던 전직 장교인 롭 맥폴은 "수상 해군에는 수면이 심각한 문제다. 수상 해군은 잠을 자지 않고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특히 초급 장교들에서 그렇다. 수면 부족을 많은 음주와 동일하다고 보는 수많은 연구가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임무에 장애가 생기고 합리적 결정들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정은이 분노 발작을 터트리려고 결심할 때마다 이들 미 함정은 항해에 나선다. 중국이 (영토분쟁 해상에서) 새로운 섬을 건설하려 할 때마다 이들 미 함정은 항해에 나선다. 함정이 항해에 나서며 승조원들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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