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정치 '중도 대퇴조ㆍ우익 대약진' 격변… 뭘 남겼나

입력 2017-09-25 11:44  

獨정치 '중도 대퇴조ㆍ우익 대약진' 격변… 뭘 남겼나

슈피겔온라인, 대안당 3당 약진 등 8가지 포인트 조명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정치학자들은 여러 기준으로 선거를 분류하곤 한다. 그중 하나가 정초(定礎)선거와 중대선거라는 구분이다. 주로 정초선거는 한 민주국가의 근본과 근간을 가르는 선거를 일컫고, 중대선거는 그 기반 위에서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선거를 말한다.

과연 2017년 9월 24일 치른 독일 연방의회 선거는 정초선거일까, 중대선거일까. 슈피겔 온라인은 이날 총선 투표 마감 직후 득표율 예측치가 나오고 나서 "지루한 선거전이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라며 이번 선거를 "하나의 결절점(분기점)"이라고 촌평했다. 그러곤, 급속하게 우경화한 반(反) 유로ㆍ반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3당 등극을 첫머리에 올리면서 8가지 시사점을 도출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새로운 19대 연방의회에 AfD 의원 80명 이상이 자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초기 연방의회 시기 이래 과거의 망령이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AfD가 특정한 사회 균열의 조건 아래 4년이 지나 또다시 의석을 꿰찰 가능성을 언급했다. AfD가 포말 군소정당으로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배어있다.

이 경우 중도우파 기독 민주ㆍ기독사회당 연합,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라는 양대 대중정당 좌우에 좌파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포진한 독일 정당체제에 AfD가 상당 기간 상수로 자리한다는 의미가 있다. 장기간 지속한 6당 체제가 7당 체제로 바뀌고 '덜 균열적인 양당 체제'라는 평가를 받던 독일의 정당시스템이 '균열적인 다당 체제'로 변모할 것이라는 섣부른 분석까지 뒤따를만한 대목이다.




AfD의 득세와 맞물린 기민ㆍ기사당 연합의 거대한 지지 상실, 그럼에도 이 연합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연임 성공은 이번 선거의 두 번째 주요 결과로 제시됐다. 그런 악조건 아래 메르켈이 떠안은 정부 구성 작업은 복잡하다. 역대 최저 득표율 획득이 예상되는 사민당이 "야당을 해라"라는 것이 민의라고 해석했기 때문에 대연정은 가능성이 일단 사라졌다. 그래서 자민당, 녹색당과 함께하는 연정이 유일한 것처럼 보이는 조합이지만 서로 정책이 너무 달라 연정 계약서를 쓰기가 쉽지 않다. 독일에선 연정을 구성하려면 세부 정책과 각료 배분 등에 관한 명료한 계약서를 써야 한다.

세 번째 의미는 기민ㆍ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의 합산 지지율이 사상 최저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선 이른바 중도의 대퇴조 현상이 나타났다. 메르켈이 득표 예측치가 공개되고 나서 당 대의원들 앞에서 연설할 때 그의 등 뒤에는 "중도"라는 단어가 내걸렸지만, 선거 결과는 그 용어를 무색하게 했다.

이 매체는 2009년 23%, 2013년 25.7%를 얻은 사민당이 그보다 못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거둘 것이라는 점을 네 번째로 거론했다. 그런 사민당의 간판으로 나선 마르틴 슐츠 당수 겸 총리후보가 당수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여러 독일 언론은 관심 있게 보도했다. 선거 참패를 두고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마당에 그가 어느 정도 이를 극복해 낼지 주목된다.

슈피겔 온라인은 자민당의 의회 재입성을 다섯 번째로 꼽았다. 직전 2013년 총선 때 자민당은 기업과 부자들만을 '고객'으로 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에 가려 고배를 들고는 의석을 배분받지 못했다. 그러나 당의 얼굴로 나선 크리스티안 린트너 당수의 단독 플레이에 가까운 선전으로 젊은층의 표심을 얻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어 좌파당이 그 당세에 견주어 계속해서 안정적인 의석을 유지하고 있는 점과, AfD의 약진이 기민당의 자매 보수당인 기사당에 큰 불안감을 각별히 안기고 있는 점, 새로운 좌우 양극화가 신(新) 연정 조합을 가져올 수 있는 점을 마지막으로 지적했다.

여기서 기사당의 큰 불안감이라는 분석은 기사당의 정신적 지주로도 거명되는 프란츠 요제프 슈트라우스 전 기사당 당수 겸 바이에른 주 총리의 태도와 연결된다. 기민-기사당 연합보다 오른쪽(우파)에는 어떠한 민주적이고 합법적 정당도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 슈트라우스의 생각이었지만, 더 오른쪽에 버티고 설 AfD는 너무나 커 보이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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