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단원고 찾아 후배들과 영원한 작별
(안산=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조은화(당시 2학년 1반)·허다윤(당시 2학년 2반) 양의 유골이 3년 반 긴 수학여행을 마치고 25일 모교로 돌아와 후배들과 작별을 고했다.
은화·다윤 양의 유골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별식에 이어 오전 11시 30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를 찾았다.
단원고 재학생 200여명은 운구행렬이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정문에서 학교 건물까지 이르는 언덕길 양 끝에서 선배들의 등교를 기다렸다.
일부 학생들 손에 들려진 종이에는 "언니들이 돌아와서 기쁩니다", "더는 추운 바닷속에 계시지 마시고 이제는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추모 글귀가 쓰여 있었다.
영정을 든 은화 양의 오빠와 다윤 양의 언니 뒤로 유족과 지인, 학교 관계자 100여명이 줄지어 교실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던 은화·다윤 양의 어머니는 교실에 다다르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연신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이들의 모습에 2학년 교실 앞 복도는 금세 울음바다로 변했다.
5분 동안 교실 곳곳을 둘러본 은화·다윤 양의 어머니는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딸의 후배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은화 양의 어머니는 이금희씨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딸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친구들과 잘 지내라고만 했지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못 했다"라며 "엄마 아빠는 은화를 목숨보다도 더 사랑한다"라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우리 은화는 수학을 좋아했다"라며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도 아끼지 말고 표현하면서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다윤아 네가 좋아하던 학교에 왔어. 너 보내주기 싫은데 미안해"라며 재학생들에게는 "엄마 아빠 많이 안아드리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달라"고 말했다.
바닥에 앉아 이들의 말에 조용히 귀 기울이던 학생들은 고개를 떨군 채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단원고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종이에 쓴 추모글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40여분 간 학교에 머문 은화·다윤 양의 운구행렬은 재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배웅 속에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다.
은화·다윤 양의 유골은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든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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