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대에 점령된 시민 휴식 공간…'코앞' 구청은 뒷짐

입력 2017-10-01 08:16  

매대에 점령된 시민 휴식 공간…'코앞' 구청은 뒷짐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공개공지…주민들은 휴식 공간 있는지도 몰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 9월 하순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민자역사 1층 광장. 에스컬레이터 아래 탁 트인 공간에 운동화, 정장, 청바지 등을 파는 의류 매대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역사를 오가는 승객들은 의류 매대와 점원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다녔고, 할인 행사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춘 이들도 눈에 띄었다.

주말마다 이처럼 장(場)이 펼쳐지고, 평일이라도 종종 매대가 차려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상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을 아는 이는 드물다.

1일 연합뉴스가 서울 성동구에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왕십리광장로 17 왕십리역 민자역사 에스컬레이터 아래 공간은 건축법 43조에 규정된 '공개공지'다. 총 1천110.89㎡로, 2014년 4월 설정됐다.

공개공지란 대형건축물의 건축주가 건축법에 따라 조성하는 도심 속 개방형 휴식공간을 뜻한다. 건축주는 대신 용적률이나 높이 제한 완화 등의 혜택을 받는다.

건축법 시행령과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이곳에서 물건을 쌓아두거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연간 60일 이내로 주민을 위한 문화 행사 등은 열 수 있다.

조례는 '구청장은 위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 1회 이상 확인·관리해야 한다'며 '구청장이 공개공지를 확인·관리하는 경우, 2년에 1회 이상 공개공지의 관리실태 활용 방안에 관한 전문가 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해 관리 책임이 관할 구청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성동구 관계자 역시 "공개공지에서는 상행위가 불가능하다"며 "문화행사나 기부행사 등을 겸한 공공성을 갖춘 행사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수년간 공공연하게 인근 쇼핑몰 입점 업체들이 할인 상품을 팔고 있어 이 같은 규정을 무색하게 했다. 관할 성동구청에서 이곳 왕십리역까지의 직선거리는 250여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치구의 관리·단속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역 주민 박모(31·여)씨는 "입점 대형 마트를 갈 때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늘 야외 매대가 차려져 있어 이곳에서 상행위를 하면 안 되는지도 몰랐다"며 "시민 휴식 공간이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성동구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공개공지에 대한 정기점검은 매년 두 차례 실시하고 있고, 민원·신고가 들어오거나 순찰 등을 통해 8번에 걸쳐 '상행위 금지'를 안내하고 시정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의 시정지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은 구의 시정지시가 내려지면 매대를 매장 안으로 들여놓았다가 며칠이 지난 뒤 다시 매대를 펼치고 있다.

이런 실정 탓에 구청과 지척인 시민 휴식 공간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동구 관계자는 "앞으로 매년 2회 정기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 외에도 주민 신고를 받고 수시로 별도 점검을 벌여 공개공지 상행위를 단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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