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전 회계책임자 "사퇴압박" 폭로…재정개혁 내부저항 시사

입력 2017-09-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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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전 회계책임자 "사퇴압박" 폭로…재정개혁 내부저항 시사

교황청 "고위 성직자에 대한 불법 스파이 행위로 자진 사퇴" 반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근 잇따른 아동 성추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교황청이 지난 6월 돌연 사임한 교황청 회계 책임자가 사퇴한 지 3개월 만에 사퇴 원인에 대해 입을 열며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3개월 전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난 리베로 밀로네(68)는 지난 24일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일부 언론에 실린 인터뷰에서 "나는 자발적으로 사퇴한 것이 아니라, 사퇴하지 않으면 체포될 것이라는 위협에 어쩔 수 없이 사표를 썼다"고 폭로했다.

그는 자신이 교황청 고위 성직자의 불법 행위 가능성을 조사했다는 괘씸죄에 걸려 '날조된 혐의'로 사퇴를 압박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임무를 수행했지만, 그들은 내게 불법을 자백하라고 압박했다"며 자진 사퇴를 하지 않으면 기소돼 교황청 법정에 설 것이라는 위협에 가족과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퇴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조사한 고위 성직자의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는 교황청과 맺은 비공개 조항으로 인해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밀로네의 폭로에 대해 교황청은 즉각 반박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밀로네의 사퇴 이유는 그가 외부 회사를 불법으로 고용해 교황청 관리들의 사생활을 감시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청은 "회계 책임자의 책무는 교황청과 산하 기관의 회계 장부와 계좌를 분석하는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밀로네가 이끄는 회계팀은 권한을 넘어서 외부 회사를 불법 고용해 교황청 관리들의 사생활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은 "밀로네는 월권 행위를 저질렀고, 이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 사표를 제출했으며, (해당 혐의에 대해)조사를 받았다"며 "밀로네가 (사퇴와 관련된)상호 합의된 비공개 원칙을 깬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밀로네의 갑작스런 사임에 이은 이번 공방전으로 교황청의 재정 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이탈리아 지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밀로네는 30년 넘게 회계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리와 부패에 물들었다는 의혹에 시달려온 교황청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개혁하기 위해 2015년 6월 그를 교황청 회계 책임자 자리에 앉혔다.

교황청은 그를 임명할 당시 교황청 모든 부처의 재정과 경영 상황을 감독하기 위해 교황청 모든 곳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해 그에게 독립적 권한을 부여하며 재정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밀로네는 업무를 시작하고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은 2015년 10월에 그의 노트북 컴퓨터에 대한 해킹 시도를 적발한 데 이어 이번에 교황청과의 갈등 속에 중도 하차한 정황을 폭로하며 교황청 재정 개혁에 반대하는 내부 저항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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