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유명 제빵업체 파리바게뜨에 가맹점 제빵기사 5천378 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명령한 것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제빵기사를 파견 형태로 공급해온 8개 협력업체는 당장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이들 업체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불법파견했다면서 협력업체 문을 닫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생존권이 달린 부분에 대해 합당한 테두리 안에서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용부에서 정식 공문이 오는 대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고용부 방침은 나흘 전에 발표됐다. 정부와 관계를 의식해 내놓고 불만을 표시하지는 못하지만, 파리바게뜨 측도 속을 끓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입장에선 부당해 보이는 고용부의 법리 적용도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엄청난 인건비 추가 부담을 그대로 수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부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 회사는 500억 원대의 과태료와 함께 고소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제빵기사는 실질적으로 가맹점주의 지시를 따르는데 불법파견 책임을 제삼자인 본사에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제조업에 적용되는 원·하청 간 불법파견 법리를, 성격이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파리바게뜨에 대한 시정명령이 "특정 업체 손보기"는 아니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다른 배경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뜬금없어 보이긴 하지만 김 장관의 발언을 뒤집어보면 이번 시정명령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그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도 브리핑을 열어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제빵기사들의 인사·노무 전반 사항에 대해 일률적 기준을 마련해 시행해온 것이 확인된 만큼 불법파견이 분명하다"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이 차관은 "(모두를 위한) 발전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파리바게뜨 본사와 해결방안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아무래도 고용부가 첫 운전에 과속했다가 후유증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논란의 뿌리를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서 찾는 시각도 없지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늘리려다 보니 제빵업 등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제빵기사의 실질적 사용자는 가맹점주이고, 계약도 그들 사이에 이뤄졌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채용과 근무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한 것은 경영지원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경영지원을 오히려 권장하고 있다. 설사 노동부 명령대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전원을 직접 고용한다고 해도 가맹점에 보내 일을 시킬 수는 없다. 이번에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현행 파견법상 제빵업은 대상 업종이 아니다. 김 장관이 일부러 해명하기도 했지만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파리바게뜨보다 규모가 훨씬 큰 현대차와 삼성전자서비스 등은 이미 불법파견 문제로 소송에 휘말려 있다. 고용부가 '특정 업체 손보기' 의혹을 받는 것은 법리 적용의 타당성 논란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물론 김 장관의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의혹을 완전히 떨쳐내려면 다른 업체들은 왜 그동안 그냥 뒀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