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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여름 철새 검은댕기해오라기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먼 길을 떠나기에 앞서 막바지 먹이 사냥이 한창이다.
대관령의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가는 강릉의 한 하천.
상류로 올라가려는 물고기가 많이 모이는 보(洑)가 검은댕기해오라기의 사냥터다.
검은댕기해오라기 5∼6마리가 이곳을 사냥터로 잡았다.
보에서 물이 떨어지는 곳의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하류에서 올라온 피라미와 은어 등 각종 물고기가 모여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려고 뛰어오르는 사냥의 명당이다.
머리를 쭉 빼고 먹잇감을 기다리며 잠복에 들어간다.
이제 긴 기다림의 시간이다.
물이 떨어지면서 머리가 젖어 가끔 머리를 흔들어 물을 털어낼 뿐 거의 꼼짝 않고 집중한다.
물을 맞으면서 기다리는 모습이 처연하다.
가끔 입맛을 다시며 전의를 불사른다.
이때 산란을 위해 상류로 가려는 은어가 보를 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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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바위에서 잠복해 때를 기다리던 검은댕기해오라기가 잽싸게 은어를 낚아챈다.
기쁨도 잠시 먹이를 삼키고는 다시 긴 잠복에 들어간다.
잠복 중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뛰어오른 피라미를 만나 황당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뛰어오르면 집중력을 잃는다.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사냥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다.
지켜보는 사람의 눈에 진물이 날 정도다.
좋은 사냥터는 다른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끊임없이 침탈하려고 해 물고 물리는 치열한 싸움을 반복하면서 자리를 지킨다.
보에는 갈매기도 날아와 뛰어오르는 은어를 낚아챈다.
목도 길고 다리도 길어 신체조건이 좋은 백로도 경쟁자다.
하루 몇 번씩 출몰하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수달은 아예 자리를 피해야 할 정도의 무서운 경쟁자다.
물고기 몇 마리 해치운 수달이 사라지면 다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잠복에 들어간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되면서 검은댕기해오라기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먼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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