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청와대 회동을 하루 앞두고 당 중진 의원들을 만나 이번 회동의 핵심 주제가 될 안보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안 대표는 26일 오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중진 의원들과 조찬회동을 갖고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해 청와대 회동에서 어떤 발언을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조언을 들었다.
조찬 회동에는 안 대표 외에 김동철 원내대표, 정동영·천정배·조배숙·유성엽 의원 등 3선 이상 중진 의원과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 등이 참석했다.
중진 의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고, 안 대표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주로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 의원들은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안 대표에게 한목소리로 전달했고, 안 대표도 이런 의견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외교안보라인 교체에 대해 안 대표가 공감했고, 청와대 회동에 가서도 이 같은 요청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 본인도 그동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 비판해 왔으며, 특히 지난 7일 전남대 강연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포함한 외교·안보팀의 교체를 공개 촉구한 바 있다.
이날 조찬회동에서는 안 대표의 '모호한 리더십'을 에둘러 겨냥한 뼈 있는 말도 오갔다.
한 의원은 안 대표에게 정부의 대북·외교 정책비판도 중요하지만, 어떤 입장에서 이야기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본인부터 정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 우리 당의 입장을 먼저 분명히 한 상태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더라도 비판해야 한다고 안 대표에게 말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북 제재·압박을 강조하는 스탠스를 취할지, 평화적인 해법을 강조하는 스탠스를 취할지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면서 "안 대표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가타부타 답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핵 불용, 전쟁반대, 평화적 해법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3원칙은 흔들림이 없었고, 우리당은 그 계승자로서 이 원칙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안 대표가 외교안보라인 교체 이야기는 전달할 것 같아 보이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이 국민의당 입장이 아니라는 우리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수용할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제재와 압박을 통한 대화보다는 쌍중단(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동시중단)이나 북미 수교 촉구를 내걸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들은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포함해 당내 의견을 두루 청취한 뒤 27일 청와대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상의 문제점을 가감없이 지적할 예정이다.
한편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중진 의원들과의 회동을 좀 더 자주 갖겠다는 의사를 표했고, 회동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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