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인천아시아육상대회가 마지막…전망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내년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단이 파견된다면 북한 응원단도 볼 수 있을까.
아직 북한의 대회 참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응원단 문제를 전망하기는 너무 이르다.
다만 지금까지 북한이 응원단을 남쪽으로 보낸 것은 3차례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288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303명),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124명) 등이다.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로 남북관계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던 시기다.
북한의 이른바 '미녀 응원단'은 방남 때마다 빼어난 외모와 독특한 율동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응원단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포함됐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정부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도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을 파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여건상 현재로선 북한 응원단의 모습을 평창에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선 북한 선수단이 대회에 참가하더라도 북한의 동계스포츠 전력이 하계 종목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북한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출전권을 딴 종목이 없어 참가할 수 없었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는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팅에 1명씩 선수 2명을 내보냈지만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딴 종목은 현재까지는 피겨스케이팅 페어가 유일하다. 노르딕 스키에서도 출전권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북한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더라도 불과 수 명의 선수들만 출전권을 따냈고 크게 좋은 성적도 기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과거와 같은 방식의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참가 확대 방안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형평성 등 여러 문제가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북한 입장에서는 2000년대 중반과는 달리 날로 악화하는 대북여론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고도화를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과거처럼 따뜻하게 북한 응원단을 맞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응원단 파견 방침을 밝혔다가 대회 개막 20여 일 전에 남북갈등 등을 이유로 이를 전격 철회한 것도 남측의 이런 분위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보수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응원단 파견은 물론 국제대회에서 공동입장조차 없었다. 남북 공동입장은 2007년 창춘(長春) 동계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개막까지는 4개월여가 남은 만큼 지금의 분위기가 반전될 여지도 있다. 특히 북한이 연말까지는 핵·미사일 고도화에 전력, 자신들의 주장대로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데 집중한 뒤 내년부터는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남측과의 관계 회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으며, 그 첫발을 남북 모두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스포츠 교류로 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 핵 문제에 있어 대화 흐름이 형성된다면 북한도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평창올림픽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북한이 새해 들어 태도를 바꾼다 해도 응원단 파견이 성사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이뤄진 3차례의 응원단 파견은 남북체육회담이나 지자체의 방북 협의로 성사됐다. 모두 준비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양측의 의지만 있다면 단기간에 응원단 파견이 성사될 수 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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