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문화 어떻길래"…초등교사 강원 기피하는 이유는

입력 2017-09-27 09:00  

"교직 문화 어떻길래"…초등교사 강원 기피하는 이유는

한 예비 교사 "교직 문화,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다" 지적

강원교육청, 교직 문화 개선 대책팀 구성해 보완책 수립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초등교사들이 강원도 내 학교에서 근무하는 걸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교직 문화가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춘천교육대학교 4학년 정은경 씨는 강원도교육연구원이 발간한 '강원교육연구' 최근호에 실은 '약속의 땅, 강원도'라는 글에서 도내 근무를 희망하면서도 걱정되는 부분을 털어놨다.

정 씨는 '강원도에서 교사하기에 대한 기대와 염려'라는 부제로 시작한 글에서 "강원도에 사는 게 좋다는 말이 곧 강원도에서 교사하는 것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면서 "도내 전체 학교 중 47%가 전교생이 60명이 넘지 않는 작은 학교에 대한 부담은 강원도에서 교사하기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학연·지연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맥락은 어느 조직에나 있을 것이나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고 한다"며 "특히 남자의 경우 더욱 술자리가 강조(강요)되고 취미인 운동모임도 그런 자리의 일환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안 그래도 교직 사회가 좁다고들 하는데 전체 교사 수 자체가 적은 강원도 내에서는 더 좁을 수밖에 없다"며 "대체 무엇이 강원도에서 발전적인 영향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을까. 아마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이라는 교직 문화가 그에 일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특히 다른 지역과 비교해 신규 교사가 교무회의 때 손을 들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만약 용기를 내 의견을 말했다 하더라도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예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감히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그저 지시에 따르는 문화는 곧 소통과 협력, 발전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강원도의 모든 학교가, 모든 교사가 위의 이야기와 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교직 문화에 부정적인 인식들이 있다는 것은 차마 부정할 수 없다"며 "어쩌면 교사들은 강원도로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가는 것이 아닐까"라고 걱정했다.

그래도 정 씨는 강원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앞서 언급한 수많은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강원도를 선택한 이유는 나처럼 강원도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같은 지역에서 자란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하나라도 더 이해해주고 더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강원도를 결심하게 했다"고 밝혔다.

교직 문화가 경직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강원도교육청은 새내기 교사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한 교직 문화 개선 대책팀을 구성해 보완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민병희 교육감은 "일부 오해도 있지만 경직된 교직 문화에 대한 걱정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교육장과 직속 기관장에 대한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하고 잘잘못을 가려 책임을 물을 때는 엄중하게 묻겠다"라고 약속했다.

또 "강원도에 처음 발령받은 신규 교사들이 단순하게 도시 선호현상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니라 경직된 학교 문화 때문이라면 교직 선배들이 크게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교육적이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는 해당 교장 선생님에 대해 중임 배제를 포함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폭넓은 요구가 있다"라고 밝혔다.

dm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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