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선조위·해양대학생들 사고해역서 희생자 기리며 헌화
(진도=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세월호가 마지막 1분 동안 선회하면서 급격히 기울어 침몰했는데, 그 마지막 1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나라에서는 유례없는 실제 항해 실험으로 추정하고자 합니다."
세월호 침몰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선체조사위가 실제 선박을 동원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 전 세계에서도 이례적인 실험에 나섰다.
26일 오전 목포해양대학교 내 부두에서는 6천800t급 세월호 대신 운항 실험에 동원된 4천700t급 해양대 실습선 새누리호에 승선하기 위해 선체조사위 조사관들과 세월호 유가족이 모였다.
이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1분 동안을 이유를 알 수 없는 선회 끝에 오른쪽으로 기울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사고해역을 새누리호를 타고 3시간여를 달려 도착했다.
실습선에 올라탄 조사관들과 가족들은 승선 원칙에 따라 실습선 2등 항해사에게 안전교육을 받았다. 비상상황 발생 시 구명동의와 안전 헬멧을 착용하고 미리 배치된 구명정까지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훈련에 동참한 세월호 가족들은 "원래 이렇게 해야 한다"며 아쉬운 한마디를 쏟아내기도 했다.
실험 시작에 앞서 세월호 가족들과 선조위 조사관, 목포해양대 학생들은 1층 갑판에 도열해 7번의 짧고 1번의 긴 뱃고동 소리에 맞춰 하얀 국화꽃을 바다에 던지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번 실험은 이미 채증된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근거로 선박의 선회 코스를 다각도로 실증 실험하고, 조타기 사용의 상황을 추정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지난 23일 컨테이너 8개를 실제로 바닷속에 빠트려 레이더로 감지하는 실험을 통해 '잠수함 충돌설' 등 항간의 의혹이 근거가 없음을 일부 규명한 뒤라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그동안 세월호 조타수는 '수동 조타했으며 급변침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시뮬레이션 결과 25도를 타를 꺾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는 등 조타수의 조타실수가 아니면 침몰 전 1분의 급선회가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다.
선조위는 조타수가 비상식적으로 타를 꺾어 세월호가 급변침했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실제 세월호가 조타기가 꺾인 상황에 따라 어떻게 선회했는지에 대해 실험할 예정이다.
만약 15도 미만의 통상적인 조타기 사용으로 선체가 기울었다면 그동안 지적된 조타기 오조작 또는 오작동이 아닌 다른 원인이 세월호 침몰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가설이 증명되는 셈이다.
선체조사위는 수동·자동의 각 조타기 사용과정에서도 오작동 가능성이 있었는지도 실험을 통해 점검할 예정이다. 복원성 불량에 대한 모형실험도 별도로 시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DGPS(위성항법보정시스템)와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의 여러 측정값도 수집해 세월호 항적을 복원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이례적인 실험이 펼쳐진 해역 뒤편에서는 세월호와 함께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미수습자의 흔적을 찾는 수중수색 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선조위 관계자는 "이번 이례적인 실험으로 세월호 침몰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여러 측정값을 수집해 분석할 예정이다"며 "침몰의 직접적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각종 궁금증과 의혹을 해소하는데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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