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26일 국무회의를 열어 몰래카메라(약칭 몰카)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몰카 관련 기기인 변형카메라의 판매에서 불법 영상물 촬영과 유통, 피해자 지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성범죄 관련 전 과정에 걸친 대책이 담겼다. 정부는 우선 인터넷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변형카메라의 수입·판매를 규제, 일반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소지하는 것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개인 영상정보의 제삼자 제공이나 유출 등으로 얻은 금품 이익은 몰수하거나 추징하고,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성적 영상물) 유포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특히 포털 등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 영상물 유통 사실을 알았을 때 이를 의무적으로 삭제 또는 차단하고 비용은 가해자에게 물리도록 했다. 아울러 전문 탐지장비를 추가로 보급해 지하철 등 다중밀집시설에서 몰카 일제점검도 정기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경제·의료·법률지원을 한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종합서비스'도 제공키로 했다. 정부는 국무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이런 내용의 대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인터넷이 고도화된 한국에서 몰카로 불리는 불법 영상물 촬영이나 보복성 성적영상물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찰청 범죄통계 결과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적발 건수는 2011년 1천535건에서 2016년에는 5천170건으로 3.4배가 됐다. 몰카범죄 건수가 급증한 것도 심각하지만 국민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불법 영상물의 확산속도가 워낙 빨라 피해구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몰카범죄에 대해 두 차례나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국무회의에서 "몰카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 데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관계부처에 대책 마련을 직접 지시했다.
정부는 이번에 몰카범죄 무관용 원칙을 세웠다. 연인 사이의 복수를 목적으로 음란 영상을 유포할 경우 지금은 징역 3∼5년 또는 500만∼1천만 원의 처벌을 받지만 앞으로는 징역형으로만 처벌한다. 영리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도 징역형에 처한다. 몰카범죄 상습범은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이 몰카범죄를 저지르면 공직에서 배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한다. 아울러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물을 타인의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도 처벌된다. 변형카메라 판매 규제를 위해서는 수입·판매 등록제를 시행하고 기기 구매자의 개인정보를 받도록 했다. 불법 영상물 신고와 삭제 절차도 간소화해 지금까지 10일 이상 걸리던 절차를 피해자 요청 시 긴급심의를 통해 3일 이내에 삭제 처리토록 했다.
정부가 이번에 유통경로인 포털 등 정보통신사업자들에게 몰카 불법 영상물의 삭제·차단 의무를 지운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몰카 영상물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불법 영상물이 유통될 수 있는 시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법 영상물이 떠돌아다니는 길목만 잘 차단해도 몰카범죄 유발 요인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보통신사업자들은 차제에 자체 기준을 만들고 불법 영상물을 걸러낼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해 사실상 '몰카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몰카 촬영과 유포행위가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중대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몰카 근절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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